신용대출, 기타대출 70~80% 차지…2008년에 200조대 진입
부동산·주식·가상자산 시장 침체 및 DSR 규제 영향 커
신용대출이 대부분이 은행권 기타대출이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리 상승세와 자산가격 하락이 맞물리면서 대출 수요가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1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의 기타대출 잔액은 273조 원으로 작년 3월 269조6000억 원 이후 최저치로 나타났다. 월 기준으로는 작년 11월(282조8000억 원) 이후 넉 달 연속 감소한 것이다.
예금은행 기타대출은 일반신용대출,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대출), 상업용부동산(상가·오피스텔 등) 담보대출, 기타대출(예·적금담보대출, 주식담보대출 등) 등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신용대출이 70~80%를 차지한다. 신용대출 추이가 민감하게 반영되는 지표로 해석한다. 기타대출이 줄어든 것도 신용대출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기타대출은 2018년 3월 200조 원을 넘어선 이후 4년 만에 70조~80조 원가량 늘었다. 2006년 6월 100조 원대에 진입한 이후 200조 원이 되기까지 약 12년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빠른 속도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 낸 부동산, 가상자산, 주식 등에 투자 과열 현상에서 비롯됐다.
기타대출이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 역시 신용대출 수요가 감소한 탓이다. 투자 열기가 식으면서 은행 창구에서 대출을 찾는 차주도 자취를 감춘 것이다. 금리 상승세로 인한 상환 부담과 부동산, 가상자산 등 시장 불확실성,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에서 신용대출 관리를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대출 금리도 오르고, 주택·주식 등 자산 가격 흐름이 좋지 않은 것도 신용대출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 역시 “금리 인상 추세 영향으로 신용대출을 많이 상환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가상자산, 주식 등 자산 가격이 정체되거나 하락하면서 젊은 층의 투자 분위기가 달라졌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DSR 규제로 기존에 대출을 받은 사람은 추가로 대출받을 여력이 없는 것도 신용대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