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간 소비자들의 불만은 커져 갔지만 ‘소상공인 보호’, ‘지역상인 보호’라는 명분에 막혀 모두가 불편과 손해를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당연히 이 기간 대형마트의 어려움도 커졌다. 매출로 볼 때 2019년까지만 해도 대형마트-백화점-편의점 순서가 유지됐지만, 지난해에는 백화점-편의점-대형마트 순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소비시장 매출에서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15.7%로 2015년의 26.3%와 비교하면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
그렇다고 이 기간 골목상권이 살아난 것도 아니다. 2012년부터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전인 2019년까지 전체 유통업계 매출은 43.3% 늘었지만,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포함한 소매점 매출은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기간 소상공인들의 시장점유율은 오히려 11.4% 줄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내놓은 설문조사는 이 같은 상황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대한상의는 최근 1년 이내 대형마트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들의 67.8%가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대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행 유지와 규제 강화 응답은 각각 29.3%와 2.9%에 그쳤다.
‘대형마트의 영업규제가 전통시장·골목상권 활성화에 효과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48.5%가 효과가 없었다고 응답했다. 소비자들은 의무휴업일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주로 대형마트가 아닌 다른 채널을 이용(49.4%)하거나 문 여는 날 대형마트를 방문(33.5%)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이용자의 47.9%는 최근 1년간 전통시장을 한 번도 이용한 적 없다고 답했다. 이 비중은 연령대가 낮을수록 높게 나타났다.
설문이 모든 상황을 나타내지는 못하겠지만 소비자들의 인식이나 소비 패턴이 완전히 변화했다는 점은 유추해 볼 수 있다. 결국 대형마트 규제 10년은 균형과 발전 어느 것도 얻지 못한 셈이다.
새 정부가 규제개혁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정부는 16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규제 혁파를 통해 민간 중심의 역동 경제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간 투자의 위축과 생산성의 하락을 더는 방관할 수 없다”면서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하고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제도와 규제는 과감하게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책은 관련된 주체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하더라도 누군가의 피해를 기반으로 해서는 안 된다. 또한 그것이 국민의 불편을 감수하는 방향이어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다.
10년 동안 시행돼온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과연 누구에게 득이 되고 있는지 제대로 평가해 보면 이 제도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대형마트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을 걱정하면서도 법 때문에 문을 닫아야 하고, 그렇다고 소상공인이나 재래시장의 매출에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불편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대형마트 영업규제’, 과연 누구를 위한 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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