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27일 ‘금리 상승의 내수 부문별 영향 점검’ ‘BOK 이슈노트’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할 때 소비와 투자가 얼마나 축소되는지의 정도를 나타내는 금리탄력성은 민간소비 0.04~0.15%, 설비투자 0.07~0.15%, 건설투자 0.07~0.13%로 차이가 크지 않았다.
한은 조사국 동향분석팀 박경훈 차장은 “다만 소비 둔화에 따른 성장률 하락 영향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소비둔화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간소비의 파급 경로별로는 현재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기간 간 대체효과보다 자산가격 하락과 이자 수지 악화에 따른 소비 둔화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글로벌 금리 상승 등에 따라 주가가 상당폭 하락한 데다, 주택가격 하락 기대도 점차 커지고 있어 자산가격 경로를 통한 소비제약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 증대됐다고 한은은 내다봤다.
특히 저소득·과다차입 가계의 소비제약이 클 것으로 추정된다. 가구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분포를 감안하면 금리상승으로 DSR이 커지면서 소비를 줄이는 가구의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설비투자의 경우, 금리 상승은 주로 자금조달 비용을 증가시켜 설비투자를 둔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설비투자 변동을 주도하는 IT제조업은 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으나 비IT제조업 및 비제조업은 유의하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한계기업의 경우 여타 기업보다 금리에 더 민감한 것으로 추정됐다. 아울러 금리 상승 등으로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낮아지면 설비투자가 빠르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환율의 하방 압력이 자본재 수입 비용 부담을 완화해 투자 둔화 효과를 일부 낮출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투자는 수도권보다 비수도권의 건설수요가, 공업용보다 상업용 건물의 수요가 금리 상승에 더 민감한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건설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이자 부담이 확대되면서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일부 건설사의 자금조달 사정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금리 인상의 영향이 아직 실물경제에 뚜렷이 나타나지는 않고 있으나, 시차를 두고 점차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과정에서 금리인상의 효과는 비용(수요 둔화)뿐만 아니라 편익(인플레이션 완화)도 함께 고려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고용·임금의 견조한 개선, IT제조업의 대규모 투자 계획,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기조 등은 금리충격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다만, 금리 상승의 영향이 저소득·한계·과다차입 가계 및 기업 등 취약부문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글로벌 인플레이션 가속, 중국 경기둔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