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 쌓이고 집값 내리는데…용산·강남 초고가 단지는 ‘펄펄’

입력 2022-08-24 16:00 수정 2022-08-2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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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성동 등 서울 외곽 전셋값
1억~2억 뚝…2년 전 수준으로
용산구 '한남더힐' '나인원한남'
직전 거래보다 10억 넘게 껑충
강남 '롯데캐슬'도 1년새 5억↑
"고가단지 수요 많아 더 오를 것"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전경 (네이버부동산)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전경 (네이버부동산)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이 ‘초(超) 양극화’ 현상을 보인다. 서울 내 대부분 지역이 석 달째 전세 내림세를 이어가면서 2년 전 전세 계약금 수준으로 회귀하고 있고, 전세물건 적체도 심화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용산과 강남 일대 초고가 단지는 정반대로 전세 신고가 계약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 233㎡형은 지난달 5일 60억 원에 전세 계약서를 썼다. 해당 평형의 종전 전세 최고가는 49억 원으로, 단숨에 11억 원 올랐다. 현재 한남더힐 같은 평형 전세물건은 한 건도 등록돼 있지 않다.

인근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용 206㎡형은 6월 23일 75억 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5월 같은 평형 4층 매물이 58억 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한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17억 원 치솟았다. 이날 기준 나인원한남 전용 206㎡형은 전세물건이 없고, 전용 244㎡형은 전세 계약금 85억 원부터 시작한다. 해당 평형의 종전 최고가는 지난해 6월 거래된 60억 원으로 무려 25억 원이나 비싼 수준이다.

서울 내 초고가 전세 계약 행진은 강남지역에서도 이어졌다. 지난달 9일 강남구 삼성동 ‘롯데캐슬프레미어’ 전용 122㎡형은 21억 원에 전세 계약서를 썼다. 종전 최고가는 지난해 5월 기록한 16억 원이다. 1년 2개월 새 전세 계약금이 5억 원 상승한 셈이다. 11일에는 강남구 개포동 ‘개포우성1차’ 전용 127㎡형이 직전 계약보다 5000만 원 비싼 20억 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반면 서울 외곽지역 단지 전세는 2년 전 수준까지 주저앉았다. 서울 아파트값이 석 달째 하락하는 데다 거래 절벽까지 이어지면서 전세도 줄줄이 내림세를 기록 중이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전용 84㎡형 전세 계약금 시세는 4억5000만 원부터 시작한다. 이 단지 같은 평형은 지난해 12월 최고 전세 계약금 5억5000만 원에 달했지만, 8개월 만에 1억 원가량 하락했다. 최근 시세는 2020년 10월 전세 실거래가와 같은 수준이다. 은평구 ‘힐스테이트 녹번’ 전용 84㎡형 전세 시세는 7억 원부터다. 이는 지난해 4월 신규 전세 계약금과 같은 수준이다.

이렇듯 서울 내 일반 아파트 전세는 집값 하락으로 동반 약세장에 접어들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하락률은 0.04%다. 올해 누적 전세 하락률은 0.5% 수준이다. 지난해 2.86%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약 3%포인트(P) 이상 떨어진 셈이다. 부동산원은 “매물 적체가 지속하고, 동시에 전세 호가도 하락하면서 서울 전체 전세 하락 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일반 아파트와 달리 초고가 아파트 시장은 전세 수요가 끊이지 않으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KB부동산이 조사한 7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 평균 5분위 배율 수치는 지난해 7월 2.4배에서 지난달 기준 2.7배까지 올랐다. 해당 수치는 아파트값 상위 20%(5분위 가격) 이상 고가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을 하위 20%(1분위 가격) 저가 아파트 전셋값으로 나눈 것이다. 이 값이 클수록 전셋값 양극화가 심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초고가 단지는 고액 자산가의 ‘그들만의 리그’로 볼 수 있다”며 “초고가 단지는 전세 공급 물량이 적고, 거래도 많지 않아 일반화해서 해석하긴 어렵고, 이들 단지 전세가 오른다고 해서 평균적인 아파트 전세 시세가 반등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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