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안전띠 착용 공익광고를 한참했죠. 그래서 사람들은 지금 안전띠를 당연히 매야 한다고 생각하죠. 저출산 문제도 정부가 나서 기업과 함께 답을 찾아야 합니다. ‘MZ세대니까’ 식으로 누군가의 책임으로만 돌리면 안됩니다.”
![▲이현국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직쟁의국장이 지난달 경기도 용인 삼성전자 기흥 나노파크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https://img.etoday.co.kr/pto_db/2022/10/20221006155706_1804571_1200_1740.jpeg)
이현국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직쟁의국장은 기업 내 출산ㆍ육아제도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경영진이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직 구성원인 근로자들이 회사 내 출산ㆍ육아 관련 제도를 눈치 보지 않고 쓰고, 제도를 쓴 이후에도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경영진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지난달 7일 경기도 기흥 내 나노파크에 있는 노조 사무실에서 이투데이 기자와 만나 “정부부터 나서야 한다. (출산ㆍ육아와 관련한) 공익광고를 계속 내고 기업 총수들한테 중요성을 강조해야 한다. 출산ㆍ육아에 대한 인식변화가 있어야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아무리 기업에서 떠들고, 노동자들이 떠들어도 사회적으로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개선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주체인 정부와 기업들이 현실적인 시선을 갖고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국장은 기업 경영진의 인식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업 총수와 경영진의 인식이 곧 조직 내 책임자들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출산ㆍ육아 제도를 이용한 후 불평등한 인사고과를 받게 되면 제도 이용을 주저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출산ㆍ육아를 결국 외면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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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국장은 “최근에도 고과자가 육아휴직을 다녀온 여직원에게 하위 인사고과를 주겠다고 얘기했다는 조합원 제보를 받았다”고 얘기했다. 이 국장 역시 세 자녀를 둔 가장으로서 육아 휴직 후 복귀했을 때 인사고과 불이익을 받았던 기억을 꺼냈다.
그는 “나도 2017년에 육아휴직을 다녀왔다. 복귀하자마자 고가 평가를 받았는데 부서장이 저한테 ‘네가 육아휴직을 다녀왔다고 고가를 나쁘게 주는 게 아니야’라고 얘기를 했다. 그건 ‘육아휴직 다녀왔으니까 고가를 나쁘게 줄게’란 얘기를 돌려서 말하는 거였다”고 회상했다. 그 해 이 국장은 인사고과 ‘C’를 받았다. 상반기에 받은 하위고과 ‘NI(Need improvement) 등급’을 겨우 만회한 것이다.
이 국장은 출산ㆍ육아 관련 제도를 이용해 휴직한 후 복귀한 직원의 인사고과는 별도로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국장은 “휴직했던 직원이 근무를 했다면 다른 직원보다 훨씬 더 일을 잘 했을 수도 있고, 반대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라며 단지 휴직했다는 이유만으로 인사고과 불이익이 발생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이현국(왼쪽) 조직쟁의국장과 한기박 사무국장이 지난달 경기도 용인 삼성전자 기흥 나노파크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https://img.etoday.co.kr/pto_db/2022/10/20221006160230_1804586_1200_822.jpeg)
삼성전자 노조는 최근 회사와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어린이집 확대를 요구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기준으로 3300여 명 정원의 어린이집 15곳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6월말 기준 삼성전자 직원 수는 11만7904명이다.
이 국장은 “건물이 있으면 그 옆에 육아 시설이 같이 있어야 된다는 주장을 했었고 그렇게 되길 바랐다”며 “어린이집이 얼마나 더 필요한지는 회사가 유추할 수 있다. 현재 회사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 개수(15개)는 사회적으로 봤을 때 ‘많다’는 느낌 정도이지 실질적인 효과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기업 내 출산ㆍ육아 제도를 이용하는 문화가 완전히 정착했을 때, 제도를 이용한 직원들의 업무 능률은 훨씬 더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국장은 “직원들의 복리후생 처우 개선을 주장하고,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면 업무에 대한 열정도 더 생길 수 있다”면서 “저도 경험을 했지만 (제도 활용이 원활했을 때) 업무 집중도는 훨씬 더 좋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국장은 “아이를 낳는 것은 나의 가치”라며 “회사 경영진의 인식이 조금 더 변하고, 육아와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 노조와 함께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