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케이션 선두자’ 스타트업 자금난 겪자 휴양지서 이탈…지자체는 ‘난감’

입력 2022-10-23 11:24 수정 2022-10-2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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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불황ㆍ긴축 모태펀드로 곳간 걸어 잠그는 스타트업
이벤트성 복지 줄여…투자는 혹한기, 6월 1조3888억→9월 3816억
지자체 “금융사, 대기업 위주 기업 참여기업 모집 중”

#. 데이터 플랫폼 스타트업에 근무 중인 김 모 씨(29)는 분기마다 출근 시간에 공항을 찾는다. 놀면서 일할 수 있는 제주도로 가기 위해서다. 하지만 김 씨는 이번 분기에는 공항을 가지 못했다. 그가 다니고 있는 스타트업에서 2주간 휴양지서 놀면서 일하는 워케이션 근무 제도가 최근 잠정 중단됐기 때문이다.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인 ‘워케이션’ 근무 문화를 이끌었던 스타트업계가 휴양지에서 이탈하고 있다. 글로벌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불황과 정부의 모태펀드 긴축 방침으로 투자 시장이 얼어붙자, 스타트업들은 자금난을 겪고 있어서다. 업계는 당장 이벤트성으로 진행된 직원들의 복지를 줄이고 곳간을 걸어 잠그고 있다.

23일 스타트업계에 따르면 제주, 강원, 부산 등 휴양지에 근무 공간을 마련했던 스타트업들이 단기 임대를 종료하거나 다시 매물을 내놓고 있다. 직원들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동안 시행됐던 워케이션 지원비용도 없애는 스타트업들도 다수 생겨났다.

당장 10월 중순부터 강원도와 제주도에는 워케이션 근무지로 사용됐던 호텔과 리조트, 임대 사무실의 공실은 지난달 대비 큰 폭으로 늘어났다.

스타트업계에선 워케이션은 회사를 벗어나, 휴양지나 원하는 장소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근무 문화다.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업무 효율을 높이며 스케일업 속도를 올릴 수 있는 근무 체제로 꼽혔다.

2년 전부터 AI 스타트업에서 백앤드 개발자로 근무 중인 최 모 씨(32)는 최근 워케이션과 거점오피스 등 직원 복지가 줄자 대기업과 중견기업으로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 비교적 높은 연봉과 스톡옵션에도 회사가 최근 투자 라운드에 난항을 겪고 직원들에 대한 복지를 점차 줄고 있다. 최 씨는 “스톡옵션도 한순간에 의미 없는 종이쪼가리로 남을 수 있다”며 “자율에 맡겼던 근무는 매분 보고해야 하는 감시로 바뀌었고 워케이션은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스타트업 자금난 원인으로 꼽히는 투자 악화는 지난 7월부터 시작되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 6월 1조3888억 원을 기록했던 투자 유치금은 9월 3816억 원으로 1조 원가량 줄어들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469억 원, 39% 감소했고 전달인 8월과 비교했을 땐 56% 줄어든 셈이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투자시장이 급속도로 쪼그라들고 있고 어느 때보다 어려움을 겪고 있어 리스크 완화를 위해 워케이션 등 복지 등에 지출을 많이 줄이고 있다”며 “직원들에게는 당장 미안하지만 힘든 시기 같이 이겨내자고 의기투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양지서 북적이던 스타트업 직원들이 이탈하면서 뒤늦게 사업을 펼치고 있는 지자체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인 워케이션 근무 지역인 강원도, 제주도, 부산시는 거점센와 숙박시설, 공유사무실, 관광 안내 등을 지난달부터 확대하고 있다. 이벤트성 문화를 하나의 근무제로 정착화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워케이션 사업을 진행하는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워케이션으로 지역이 활성화됐다는 보고를 올리고 관련 사업을 이제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경기가 좋지 않아 그동안의 수요를 이끌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금융권과 대기업을 위주로 참여 기업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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