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한국거래소와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상장 리츠 21개 가운데 신한알파리츠, 이리츠코크렙, SK리츠, 코람코에너지리츠를 제외한 17곳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 리츠 대부분의 공모가는 5000~5500원 수준이다. 2015년 케이탑리츠가 주당 5000원에서 1000원으로 액면분할한 것을 고려하면 평균 13.4%대의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가 줄줄이 내리막길을 걷는 건 올해 들어 가파르게 상승한 금리와 연관이 깊다.
리츠는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과 은행 대출 등을 활용해 부동산에 투자하고, 임대료나 매매 차익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준다. 물가가 상승할수록 임대료가 함께 올라 인플레이션을 헤지(회피)할 수 있는 대안 투자처로 꼽힌다.
문제는 금리가 너무 빨리 오르다 보니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했다는 점이다.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매각이 불발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IFC 인수를 위해 사모 리츠를 설립했지만 국토교통부는 대출 비중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며 인가를 거부했다.
당장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도 부담이다. NH올원리츠는 내년 1월 1180억 원의 차입금이 만기를 맞는다. 당시 연 3%였던 대출 금리는 두 배 가까이 올랐다. 관건은 당시 매입한 건물 가치가 이자 부담을 상쇄할 만큼 올랐는지다.
롯데리츠는 내년 상반기 6580억 원의 리파이낸싱(재융자)이 대기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보다 이자 부담액이 135억 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조달 부담이 커지면 배당 가능 이익이 줄면서 투자 매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SK리츠는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자금 확보에 나섰다. 지난 2일 SK리츠는 1090억 원 규모의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2회차)를 발행하기로 했다. 종로타워 편입을 위해 290억 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한 지 두어 달 만의 결정이다. SK리츠 측은 “오는 14일 만기가 돌아오는 3340억 원의 전자단기사채 만기 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은 내년 상장을 추진하는 삼성에프앤리츠, 한화리츠를 기대 반 우려 반으로 바라보고 있다. 리츠 시장에 ‘볕 들 날’이 올까. 전문가들은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안정적인 자산과 배당 매력을 갖춘 리츠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침체기의 리츠는 외형 성장보다 차입 비용 절감과 적극적인 주주환원으로 주주 가치를 제고해야 한다. 이에 따른 밸류에이션 상승은 궁극적으로 자본 확충과 자산 편입을 용이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