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스토킹 범죄 가해자는 피해자와 합의할 경우에도 처벌받게 된다. 법원의 선고 전에 전자발찌도 채울 수 있다. 지난해 9월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을 계기로 여야가 법 개정을 논의한 지 9개월 만이다.
국회는 21일 본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재석 의원 246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다.
이와 함께 19세 미만인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반대 신문권 보장 등 보호 조치를 강화하는 성폭력처벌법 개정안, 형 집행 종료 후 전자장치 부착 대상 범죄에 ‘스토킹범죄’를 추가한 전자장치부착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이번 개정안은 스토킹 범죄에 적용하던 ‘반의사 불벌죄’(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 조항을 삭제했다.
기존 스토킹 처벌법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가해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도록 하는 규정이 포함돼 있었다. 이에 가해자가 합의를 이유로 피해자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보복범죄나 2차 가해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실제 신당역 스토킹 살인범 전주환은 피해자에게 합의를 요구하며 연락을 취했고, 피해자가 거부하자 범행을 저질렀다. 지난 2월에는 구로구 한 술집에서 신변보호를 받던 피해자가 스토킹 가해자인 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하기도 했다.
아울러 개정안은 법원이 원활한 조사·심리 진행, 피해자 보호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판결 전이라도 스토킹 가해자에게 전자발찌를 부착할 수 있도록 했다. 장치를 임의로 분리·훼손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SNS 등 온라인으로 문자 메시지·사진 등을 보내며 스토킹하는 행위,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상대방의 개인정보 및 개인 위치정보 등을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도 스토킹 범죄로 규정했다. ‘온라인 스토킹’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또 긴급응급조치 보호 대상을 스토킹 피해자의 동거인 또는 가족까지 넓혀 피해자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도 강화했다.
이창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스토킹 범죄에 대해 경찰이나 검찰 단계에서부터 국가가 나서서 필수적으로 피해자의 대리인을 선정해줘야 한다”며 “피해자와 합의는 양형 참작 사유이고, 형량에 반영된다. 피해자를 더 두텁게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스토킹 범죄의 반의사 불벌 조항은 모든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시켰는데, 지금이라도 법무부가 적극 대응하는 건 잘한 일”이라며 “다만 조항 폐지가 스토킹 범죄를 예방하는 만능키는 아니다.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분리조치가 실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