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마트 등 많은 대형 매장들은 큰 땅을 확보하고 있어 주차장, 야외 공간, 조경 면적도 크다. 이러한 부동산은 마스터플랜을 통해 생명공학 이외에도 주거, 상업 등을 믹스할 수 있다. 즉 일하고 살고 노는 용도의 공생 시너지를 가질 수 있다. 미국 백화점인 노드스트럼과 메이시는 일부 지점을 이렇게 전환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마켓 스트리트 점포들도 생명공학 공간으로 전환 중이다. 캘리포니아 마운틴 뷰에 있는 쇼핑몰인 찰스턴 플라자도 생명공학과 연구 개발 공간, 리테일, 주택으로 전환하고 있다.
생명공학 공간으로 용도 전환하기 위해서는 리테일 부동산이 요구하는 조건보다 훨씬 까다로운 특정 조건을 해결해야 한다. 우선 생명공학 건물은 유틸리티 수준이 높아 전기, 배관, 물 공급, 난방·환기·공기 조절 등을 더 많이 요구한다.
생명공학 실험실은 일반적 수준보다 더 많은 환기와 모든 시스템의 중복성이 필요하다. 실험실은 100% 신선한 공기가 재순환돼야 하기에 일반 사무실이나 쇼핑몰 공기 순환 시설로는 안 된다. 어떠한 이유로든 건물 인프라 문제로 실험 실패를 허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험 장비를 소독하는 고압솥 등 필요 조건의 시스템 중복성도 필요해 많은 건물 인프라 비용 지출이 필요하다.
미국 보스턴시 ‘혁신 디자인’ 이름의 빌딩은 건물 6개 층에 걸쳐 있던 매장(약 2만 ㎡)을 저층 3개 층으로 재배치하고 위로 3개 층은 생명공학 공간으로 전환했다. 생명공학 공간과 매장이 함께하면서 에코시스템 기능까지 하는 부동산 미래 전환 개념이다. 특히 공실이 많던 대형 쇼핑몰에 생명공학 임차인들이 입주하면서 건물 내 소매점 이용객도 증가했다. 보스턴을 포함한 다른 도시에서도 매력적 사례가 되고 있다.
샌디에이고 시내에 위치한 호튼 캠퍼스(Campus at Horton)도 기존 쇼핑몰을 하이테크 허브가 있는 복합 용도 부동산으로 재개발한 사례다.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대학 같은 세계적 연구 개발 생태계 기관 때문에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고 있다.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베이, 샌디에이고 등에서 새로운 생명공학 건물을 짓는 비용은 평당 2.4만~4.3만 달러나 든다(CBRE 자료)고 한다. 사무실 건설비용보다 훨씬 비싸다. 그래서 기존 리테일 공간이나 오피스를 전용해서 사용하는 것을 선호한다. 기존 쇼핑몰은 천장 높이도 높아 생명공학에 적합하다.
입지가 양호한 쇼핑몰의 경우, 건물 인프라가 좋을수록 생명공학 용도 전환을 더 창의적으로 할 수 있다. 그 방법이 실용적일수록 전환 사례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탄소배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도시의 확장은 한계가 있기에, 도심에 있는 땅의 가치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생명공학 공간도 더 높은 밀도, 공간 채우기, 수직 상승 방향으로 가고 있다.
우리나라 도시도 상업공간 공실률이 매우 높다. 이를 매출 성장이 높은 생명공학 공간으로 용도 전환을 검토해볼 가치가 있다. 특히 도심일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