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공중 섬’이 가능하다고?…초전도체 개발 주장에 ‘술렁’ [이슈크래커]

입력 2023-07-28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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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석 위에 초전도체가 반쯤 떠 있다. 해당 영상은 26일 김현탁 박사 이름으로 사이언스캐스트에 게재됐다. (출처=사이언스캐스트 영상 캡처)
▲자석 위에 초전도체가 반쯤 떠 있다. 해당 영상은 26일 김현탁 박사 이름으로 사이언스캐스트에 게재됐다. (출처=사이언스캐스트 영상 캡처)
국내 연구진이 ‘상온 초전도체’ 관련 논문을 공개하면서 과학계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상용화만 된다면 전력 손실이 없는 기술을 실현할 ‘꿈의 물질’을 구현했다는 주장이 담겼는데, 이는 그간 전 세계 연구자들이 개발과 연구에 뛰어들었지만, 성공했다는 평을 받은 사례가 없는 사안입니다.

22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는 한국 연구자들이 상온 초전도체에 대해 쓴 두 개의 논문이 공개됐습니다. 저자는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와 이 회사의 연구자들인데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근무했던 김현탁 박사도 저자에 포함돼 있습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납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상온상압 초전도체’ 물질 합성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인산구리를 925도의 고온에서 10시간 구워 얻은 물질을 산화납, 황산화납과 섞어 725도에서 24시간 구웠더니 납을 기반으로 하는 아파타이트라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설명입니다. 아파타이트는 육각 기둥의 모양으로 원자가 배열이 반복된 형태를 말합니다.

이렇게 얻은 납-아파타이트 구조는 비대칭적인 형태를 보였다고 하는데요. 아파타이트 구조는 납 원자 10개로만 만들어지면 대칭 구조를 갖는데 일부 원자가 구리로 바뀌면서 형태가 일그러졌으며 그 결과 부피가 0.48%가 줄어들었고, 수축으로 인해 초전도 현상이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상온 30도에서도 납-아파타이트 구조에 의한 초전도성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자기장과 열용량을 바탕으로 초전도성이 유지되는 임계 온도를 측정한 결과, 127도에 이르렀다는 결과를 내놨죠. 논문엔 ‘미세하게 왜곡된 구조가 상온·상압에서 초전도 현상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적혔습니다.

연구진은 자신들이 합성해낸 초전도성 물질에 ‘LK-99’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21세기 최고의 발견’이 될 것이라는 평이 나오는데요. 전문가들의 시선은 다소 냉소적입니다. 심지어 해외 과학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사실이 아니라는 데 내 목숨을 걸겠다”는 주장까지 나온 상황입니다. 초전도체가 뭐길래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구현해낸 사례가 없는지, 전문가들의 반응은 왜 회의적인지 알아봤습니다.

▲영화 ‘아바타’ 속 행성 판도라의 할렐루야 섬. (출처=영화 ‘아바타’)
▲영화 ‘아바타’ 속 행성 판도라의 할렐루야 섬. (출처=영화 ‘아바타’)
초전도체, 에너지 혁명 일으킬 ‘꿈의 물질’…상용화 왜 힘든가

초전도체는 ‘초전도 전이 온도’(Tc)라고 하는 특정 온도 이하에서 모든 전기 저항을 상실하는 물질을 일컫습니다. 전기 저항이 없고 자기장을 밀어내 자기부상열차, 양자컴퓨터, 핵융합장치 등 개발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초소형 발전기를 통해 초고용량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고, 전력 손실이 전혀 없는 송배전 설비, 배터리도 나올 수 있습니다. 상용화된다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 사용량도 대폭 줄어들어 환경친화적인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죠.

영화 ‘아바타’에서 인간이 나비족의 판도라 행성을 침략하는 이유도 초전도성 물질인 ‘언옵테늄’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영화에서는 언옵테늄을 다량 함유한 산이 자기장이 강한 지역에서 공중에 떠 있는 장면이 그려지죠.

초전도체는 1911년 네덜란드 물리학자 헤이커 카메를링 온네스가 처음 발견한 이후 ‘꿈의 물질’로 불려 왔습니다. 당시 온네스는 자신이 개발한 헬륨의 액화 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물질이 저온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절대온도 4K 근처에서 수은의 전기저항이 갑자기 ‘0’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목격했습니다. 수은이 초전도체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은이나 구리 같은 금속성 도체는 온도가 낮아지면 전기 저항도 감소합니다. 그런데 초전도체는 Tc 이하로 냉각되면 저항이 정확히 ‘0’인 완전 도체로 변하고, 한 번 전류가 발생하기만 하면 에너지 손실 없이 ‘무한히’ 흐르게 됩니다. 또 외부의 자기장을 밀어내는 마이스너 효과가 나타나죠.

온네스가 이 현상을 발견했을 때만 해도 양자역학 이론이 정립되기 전이었고,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것 역시 당시엔 이해가 불가능했습니다. 1972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BCS(바딘-쿠퍼-슈리퍼) 이론도 저온 초전도 현상의 원리를 설명하지만, 공식이 완전하지 못하고 고온이나 상온은 설명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죠.

과학자들은 더 높은 Tc 값을 갖는 구리를 포함한 산화물을 계속 발견해냈습니다. 1980년대 중반까지 그 기록은 23K였지만, 1986년엔 큐프레이트 구조의 구리 함유 화합물에서 초전도 임계온도 35K를 구현하는 데 성공하면서 고온 초전도체 시대가 열렸습니다. 이듬해에는 임계온도가 90K가 넘는 이트륨-바륨-구리 물질이 발견됐고, 전 세계에서 초전도 연구에 팔을 걷어붙이고 달려들었죠.

그러나 초전도체는 ‘극저온’에서만 존재한다는 점으로 상용화에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현재 기술로서는 영하 200도 이하의 극저온에서만 초전도 현상을 구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초고압’이 또 다른 조건으로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2020년 로체스터대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섭씨 21도에서 대기압 1만 배 정도 압력으로 ‘상온 초전도’ 현상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는데요. 연구진은 희토류 원소인 루테튬에 수소와 질소를 넣고 대기압의 2만 배 압력으로 압착, 이를 3일간 섭씨 200도로 구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새로 만든 초전도체가 압력을 가했을 때 파란색에서 붉은색으로 바뀌었다면서 ‘붉은 물체(red matter)’라고 이름을 붙였죠.

이 붉은 물체는 대기압 1만 배와 섭씨 21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가장 잘 보였다는 주장입니다. 초전도체 상용화의 한계로 지적됐던 ‘극저온 환경’을 해소할 수 있게 된 셈이죠.

▲미국 로체스터대 연구진이 다이아몬드 사이에 황과 수소, 탄소로 이뤄진 물질을 두고 초고압을 가하면 영상 15도에서 초전도 상태가 됐다고 주장했다. (출처=로체스터대)
▲미국 로체스터대 연구진이 다이아몬드 사이에 황과 수소, 탄소로 이뤄진 물질을 두고 초고압을 가하면 영상 15도에서 초전도 상태가 됐다고 주장했다. (출처=로체스터대)
과학계, 회의적 반응 주류지만 일말의 기대도

로체스터대 연구진은 다른 과학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실험을 재연하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이 연구는 그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의 10대 과학 성과에도 선정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죠.

그러나 이후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정작 다른 연구자들은 로체스터대 연구진이 밝힌 실험 조건과 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또 연구진은 지식재산권 때문에 이 초전도체를 다른 기관에 배포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학계에서는 성공 여부에 대한 진실성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요. 결국 네이처는 지난해 9월 데이터 처리 부정 등을 발견했다면서 논문 게재를 철회했습니다.

로체스터대 연구진은 올해 3월에도 루테튬과 수소, 질소로 상온 초전도체를 만들었다는 논문을 발표했지만, 이미 논문 철회 전력이 있는 만큼 과학계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상온 초전도체 ‘LK-99’를 발견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겁니다.

사이언스는 26일(현지시간 )LK-99 소식을 전하면서 “LK-99 자체가 산업용 재료로 활용된다는 덴 의문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실제로 합성된 다결성 물질이며, 다른 결정 영역 간의 결합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는데요.

사이언스는 LK-99를 준비하는 절차가 매우 간단해 보인다면서 연구에서 진행된 합성을 재현하기 위해 샘플을 작업하고 있다고도 전했습니다. 이어 “지금까지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주장들은 면밀한 조사를 거친 후 모두 무너졌다. 실제로 이달 초 언급한 로체스터대의 초전도 연구 그룹은 데이터 조작 의혹으로 인해 또 다른 논문이 철회될 위기에 처했다”며 “그러나 해당 논문들은 아주 특수한 장비로만 만들고 평가할 수 있는 물질을 다룬 것이었다. (반면) 이 새로운 논문은 순식간에 무너지거나 (1987년의 초전도체 발견 때처럼) 빠르게 입증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공정 과정이 간단해 입증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아, 직접 재연해서 판단해보겠다는 거죠.

또 마이클 노먼 아르곤국립연구소 연구원은 27일 사이언스에 “논문 속 일부 데이터는 엉성해보인다”며 “납은 금속이 아니라 비전도성 광물이다. 이는 초전도체를 만들기엔 유망하지 않은 출발점”이라며 “납과 구리 원자는 유사한 전자 구조를 갖추고 있기에 구리 원자를 납 원자 일부로 대체하는 건 물질의 전기적 특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나댜 매이슨 미국 일리노이대 어배너-샴페인 물리학 교수도 “연구진은 적절한 데이터를 취하고 명확한 제조 기술을 제시했다”면서도 “데이터는 다소 부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논문을 두고서 다소 회의적인 평이 오가지만, 과학계의 시선이 쏠린 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논문이 사실일 경우 초전도체 상용화에 성큼 다가간 셈이 되고, 인류 역사의 전환점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일말의 기대가 나오고 있는데요. 현재 다른 연구자들은 해당 논문 속 내용대로 구리와 납을 구워보고 있기도 합니다. 이르면 오늘~내일 중으로 결과를 공개하겠다는 입장인데요. 일부 팀은 트위치를 통해 과정을 생중계하고 있습니다.

존 듀렐 케임브리지대 공학 교수는 인디펜던트를 통해 이번 연구진의 결과가 확인되더라도 상용화에 의한 실질적 이득을 보는 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몇 년간 상온 초전도체에 대한 수많은 보고가 있었기에 이번 결과에 대해 지역사회에서 이해할 수 있는 회의가 진행됐을 것”이라며 “개인적으론 이 결과가 다른 연구진에 의해 재현 가능한지 확실해질 때까지 판단을 보류할 것”이라고 밝혔죠.

다른 연구팀의 재현 결과가 나올 때까진 사실 여부를 확언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번 연구가 회의적인 시각을 딛고 초전도체 상용화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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