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시장의 찬바람이 강해지고 있다. 지난달 분양한 아파트 중 3분의 2에서 미달이 발생하고 대부분 한 자릿수 이하 경쟁률에 머무는 등 수요자의 관심이 빠르게 식은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높아진 분양가와 고금리, 기존 주택매매시장 침체 등을 고려할 때 분위기 반전이 쉽지 않아 미분양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6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청약을 진행한 전국 23개 단지(보류지, 공가 제외) 중 15개 단지에서 미달이 나왔다. 3개 단지 가운데 2개 단지에서 모집 가구 수를 채우지 못한 주택형이 발생한 셈이다. 10월에도 15곳이 미달됐지만 분양 단지가 34개로 11월보다 많았고 미달 발생 단지 비중은 44%로 절반에 못 미쳤다.
경쟁률이 두자릿수 이상인 단지 비율도 10월 41%(14개)에서 22%(5개)로 낮아졌다. 대체로 분위기가 악화하는 가운데 분양가 매력이 두드러진 단지들만 흥행에 성공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서울 송파구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152.56대 1)과 경기도 파주 '파주 운정신도시 우미린 더 센텀'(108.79대 1), '운정3 제일풍경채'(371.64대 1)는 세자릿수를 기록했다. 서울 도봉구 '도봉 금호어울림 리버파크'와 강원도 '춘천 금호어울림 더퍼스트'는 각각 10.47대 1, 18.45대 1을 나타냈다.
이와 반대로 인천 중구 영종하늘도시 '운서역 대라수 어썸에듀'와 부산 해운대구 '더폴 디오션', 전북 임실군 '임실 고운라피네 더 퍼스트', 부산 남구 '해링턴 마레', 경기도 용인 '용인 에버랜드역 칸타빌', 경남 거제시 '오션 월드메르디앙 더 리치먼드', 경기도 양주시 '화천 중앙역 대광로제비앙'은 경쟁률이 소숫점이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기존 주택시장이 침체하면서 청약시장 분위기도 썰렁해지고 있다"며 "특히 추석 이후 기존 주택의 호가가 떨어지면서 높은 분양가를 수용하려는 수요자들이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격 오름세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고 있고 기존 주택 매매가 정체된 영향이 반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동향을 보면 전국 아파트값은 11월 넷째 주 0.01% 떨어지면서 23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서울은 26주간의 오름세를 멈추고 보합을 기록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 매물은 53만건 안팎으로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고금리와 경기둔화 등 부동산 시장을 억누르는 요인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청약 시장의 냉기가 미분양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건설사들이 시장 상황을 보면서 시기를 조율하겠지만, 분양을 미루면서 버틸 여력 등이 부족해 청약에 나서는 곳들, 특히 이미 공급이 많은 지방 등에서는 지금처럼 미달이 나면서 전체적인 미분양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올해 2월 7만5000가구 이상으로 치솟았다가 이후 감소세를 보이면서 지난달 5만8299가구로 줄었다. 청약 열기가 뜨거웠던 것과 함께 건설사들이 분양 물량을 줄인 게 주요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