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9명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는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의사인력 확충 및 지역의사제 도입·공공의대 설립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정원, 지역의사제, 공공의대 설립 등에 관한 국민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서던포스트가 12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1016명(표본오차 95%·신뢰수준 ±3.1%포인트)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방식으로 시행됐다.
응답자의 93.4%는 “필수진료과 의사들이 부족한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답했다.
“의대정원 확대에 찬성한다”고 답한 비율은 89.3%로 집계돼, 지난달 4~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82.7%) 대비 6.6%포인트(p)상승했다.
적정한 의대 정원 규모에 대해서는 1000명 이상 늘려야 한다는 응답이 47.4%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2000명 이상 늘려야 한다는 응답자는 28.7%로 나타났다.
또 100명~1000명 내외로 늘려야 한다는 응답은 32.7%였고,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16%였다.
지역 의사 양성과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수요도 확인됐다. 국공립 위주로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방안에는 83.3%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지역·공공의료기관과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를 확보하기 위해 국립대가 없는 지역에 공공의대 및 특수목적 의대를 신설할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는 77%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지역의사제 도입에 대해서는 응답자 83.3%가 필요성에 동의했다. 지역의사제는 비수도권 또는 필수 의료분야 의사 양성을 지원하고, 향후 10년 이상 기간을 정해 지역에서 복무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의료계 입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입장에 대해 응답자의 71.9%가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지지한다는 응답은 26.1%로 집계됐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면서 의협이 진료거부나 집단 휴업에 나서는 데 대해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85.6%, 지지한다는 응답은 13.2%로 나타났다. 의협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총궐기대회를 진행한다.
보건의료노조는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와 함께 의료계 종사자들의 의대 정원 확대 요구도 파악했다. 보건의료노조는 6~14일 노조 소속 101개 지부, 113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현장의 의사 인력 부족 상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88.1%는 의사인력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95%는 야간과 주말 당직의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의사 인력 부족으로 환자를 돌려보내거나 타병원으로 전원한 적 있다는 응답은 75.2%였다. 의사 인력 부족으로 응급실을 닫거나 제한 운영한 적 있다고 답한 경우도 37.6%로 나타났다. 의료기관 대부분은 의사 업무의 일부를 대신 담당하는 PA인력(진료보조인력)을 운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PA인력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아산병원(387명), 충남대병원(284명), 이화의료원(249명), 경상국립대병원(235명), 아주대의료원(137명), 영남대의료원(125명), 전북대병원(114명), 원주연세의료원(111명), 백병원 부산지역(부산백병원·해운대백병원, 109명), 예수병원(105명) 순이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조사 결과와 함께 △의대 정원 확대와 양성 지원 △지역의사제 시행 △공공의대 설립 △필수·지역·공공의료 지원 강화 △왜곡된 의료체계 개선 등 5가지 정책을 제안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의사인력 부족으로 의료현장이 무너지고 있다”며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가 줄폐업하고, 자기가 사는 지역에 치료해줄 의사가 없어 환자들이 멀리 서울까지 원정을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 위원장은 “의대 정원을 최소 1000명 이상 대폭 확대해야 하며, 배출되는 의사들이 인기과와 수도권으로 쏠리지 않고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 분야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