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을 40여일 앞두고 이재명 대표의 사천 논란에 들썩이고 있다. 현역 평가 하위 20%에 속한 비명(비이재명)계가 당의 공천관리가 불공정하다며 지도부 성토전에 나선 가운데 이 대표는 '시스템 공천'을 거론하며 마이웨이 행보를 밟고 있다.
이 대표는 22일 국회 당대표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내 공천 갈등과 관련해 "1년 전에 확정한 특별당규에 따라 시스템 공천을 충실하고 공정하게, 투명하게 하고 있다"며 "지금은 조금 혼란스러워 보여도 결과를 잘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정체불명 여론조사 논란에 따른 일각의 사퇴 요구에 대해선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365일 내내 대표가 바뀔 것"이라며 "개별적으로 다 파악할 수는 없지만 일상적으로 해오던 조사다. 이걸 예민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말했다.
앞서 일부 지역구 친문(친문재인) 현역이 배제된 여론조사가 곳곳에서 실시되면서 비주류 학살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인 정필모 의원이 21일 1차 경선 결과 발표를 앞두고 돌연 사퇴한 것이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으로 이어졌다.
앞서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으로부터 하위 20% 통보를 받은 김영주·김한정·박영순·박용진·송갑석·윤영찬 의원도 평가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부분 비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다. 하위 20%에 속하면 경선 득표 20% 감산을, 최하위 10%는 사실상 컷오프(공천 배제)에 가까운 30% 감산이 적용된다.
이 중 김영주 의원은 탈당했고, 재심을 신청한 박용진 의원은 이날 기각 통보를 받았다. 박 의원은 "공관위에서 논의도 되기 전 결과가 나온 것은 당규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전날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에 이어 권노갑 민주당 상임고문 등 원로들도 입장문을 내고 "이 대표는 지금껏 벌어진 행태를 신속하고 철저히 조사해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헀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고개를 숙였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하나가 돼도 모자랄 시점에 당이 국민께 실망을 드려 대단히 송구하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을 제대로 실천해 잃었던 국민의 신망을 다시 되찾고 신뢰를 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이날 공천 공정성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내홍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홍영표 의원을 주축으로 한 친문계는 사천 논란과 관련해 집단 행동을 예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