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불황으로 건설회사들이 금융권에서 PF(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지자 직접금융시장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지난 16일 남광토건은 증시에서 9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성공했다. 중견 건설사인 남광토건은 지난 2월에도 300만주 255억3000만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었다.
남광토건 뿐 아니라 ▲서희건설(1200만주/145억8000만원), ▲롯데건설(215만4000주/2000억원), ▲진흥기업(1억5000만주/1410억원), ▲동양건설산업(99만5000주/148억원) 등도 각각 유상증자를 실시했으며, 다음달에는 특수건설이 200만주 27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일정을 앞두고 있다.
최근까지 유상증자는 건설사들이 즐겨 사용하는 자금 조달 방법이 아니었다. 당시의 건설사 주요 자금줄은 금융권으로부터의 PF대출이었다.
하지만 주택공급 과잉과 부동산시장 불황이 잇따라 찾아오면서 건설사들은 PF대출을 급격히 줄였고 이로 인한 건설사들이 자금 마련은 더욱 까다로워 졌다. 실제로 건설업계에서는 "주택공사 사업을 한다고 해도 PF대출을 못받는 업체가 늘고 있다"란 루머까지 돌 정도다.
PF대출과 함께 또다른 자금마련책인 회사채 발행도 건설사들에게 녹록치가 않다.
신용평가기관이 잇따라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웬만한 중견건설사들도 금리를 10%에 육박하는 수준을 감당해야 회사채를 겨우 발행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실제로 올초 회사채를 발행했던 동양메이저의 경우 11.5%의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했으며 업계 20위권의 동부건설도 9.90%의 고금리를 감수한 적이 있다.
건설사들이 유상증자로 자금 조달원을 바꾼 이유는 증시의 활황도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살리기와 경인운하 등 굵직굵직한 대형 토목사업을 단행하면서 건설사들의 주가가 치솟고 있어 일반 투자자들의 건설사 증자 참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올 2월 올해 첫 유상증자에 나선 남광토건은 당초 300만주 보다 더 많이 증자하려고 했지만 대주주들의 반대로 증자 규모를 줄인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롯데건설이 약 2000억원 가량의 유상증자에 성공하면서 자신감을 얻은 이 회사는 이달 들어 900억원 유상증자에 나서게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건설사들의 잇단 유상증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는 회사채와 달리 부채비율을 높이지 않고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체에겐 유리한 방식"이라며 "다만 증자가 지속될 경우 그 업체의 주식 가치가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