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 117억 개 돌파
1989년 ‘우지 파동’에 위기 맞기도
꾸준한 맛ㆍ패키지 변경으로 제품 개선
국내 최초 라면, 삼양식품의 '삼양라면'이 출시 60년을 넘기며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삼양라면으로 식품업계에서 입지를 키운 삼양식품은 2012년 선보인 '불닭볶음면'을 성공시키며 세계로 뻗어 나가는 K푸드의 선봉장이 됐다.
6일 삼양식품에 따르면 삼양라면은 1963년 9월 15일 출시돼 올해 61주년을 맞았다. 삼양라면의 탄생은 1960년대 식량난 속 우리 국민에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이고 싶다는 삼양식품 창업자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의 도전에서 출발했다. 당시 전 명예회장은 먹을 게 없어 미군이 버린 음식을 끓여 한 끼를 때우는 우리 국민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라면 개발에 나섰다.
전 명예회장은 1950년대 말 보험회사를 운영하며 일본에서 경영 연수를 받을 때 맛봤던 라면을 떠올렸다. 일본 묘조식품으로부터 기계와 기술을 도입해 실행에 옮겼고 국내 최초 라면인 삼양라면을 만들었다.
든든한 한 끼를 만들기 위해 삼양라면은 일본 라면 중량이었던 85g이 아닌 100g으로 출시됐다. 출시 당시 가격은 10원으로, 당시 꿀꿀이죽이 5원, 커피 35원, 담배 25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저렴한 수준이었다. 다만 출시 초기에는 대중의 환영을 받진 못했다. 한국은 오랜 기간 쌀 위주의 식생활을 한 터라, 밀가루에 익숙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라면을 옷감, 실, 플라스틱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주목을 받기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다. 1965년 식량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 혼·분식 장려 정책을 펴면서 10원으로 간편하게 한 끼 식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 명예회장이 한국인이 좋아하는 라면 맛을 구현하기 위해 1966년 실험실을 만들어 한국식 스프 개발에 나서며 삼양라면은 더욱 대중적인 맛을 구현하게 됐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판매량은 지속해서 증가했다. 1966년 11월 누적 240만 봉지 판매를 돌파한 데 이어, 1969년 월 1500봉지씩 팔리기 시작했다. 삼양라면이 날개 돋친 듯 팔리면서 삼양식품은 설립 초기 대비 매출액이 300배 늘어나는 급성장을 하게 됐다. 이후에도 꾸준히 팔려 지난해 3월 기준 누적 판매량은 117억 개에 이른다.
우리나라 원조 라면으로 승승장구했지만 1989년 이른바 '우지(소기름) 라면' 파동으로 위기도 있었다. 삼양을 비롯한 오뚜기, 서울하인즈, 삼립유지, 부산유지 등 5개 업체가 공업용 소기름으로 라면을 만든다는 오명을 썼기 때문이다. 우지 파동은 1997년 무죄로 판결 났지만, 8년간 수천억 원의 피해를 남기며 시장 점유율 1위를 농심 '신라면'에 완전히 넘겨주는 결과를 낳았다.
아픔을 딛고 일어선 삼양라면은 꾸준한 제품 개선과 패키지 변화로 명성을 되찾고 있다. 2017년 8월에는 브랜드 확장에 나서 삼양라면 최초의 신제품 '매운맛'을 출시했다. 지난해에는 삼양라면 출시 60주년을 맞아 기본맛과 매운맛 모두 더 깊고 진한 풍미를 느낄 수 있도록 전면 재단장했다. 고유의 햄맛을 유지하면서 육수와 채수의 맛을 강화해 깔끔한 감칠맛을, 매운맛은 소고기 육수를 기반으로 파, 마늘, 고추 등 다양한 향신채를 추가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라면의 원조이자 삼양식품을 대표하는 제품인 만큼, 철저한 품질 관리, 다양한 협업 시도 등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장수 브랜드로서 명성을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