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주택 매수 때 대출 비중이 2년 내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서울 집값 급등세를 진화하기 위해 민간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정책대출 문턱까지 높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전국 기준으로는 지난달 주택 매수 때 대출 비중이 전월 대비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아 대조를 이뤘다.
11일 법원 등기정보광장 통계 분석 결과 8월 서울의 집합건물(아파트·빌라·오피스텔 등) 소유권이전등기 기준 거래 가액 대비 채권최고액 비율은 49.61%를 기록했다. 2022년 9월 48.14%를 기록한 이후 처음으로 50% 미만으로 떨어졌다.
채권최고액은 은행이 개인에게 대출한 뒤 갚으라고 요구할 수 있는 최대 금액으로 통상 대출액의 120% 수준으로 설정한다. 채권최고액 비율이 오른 건 그만큼 주택 매수 때 대출 비중이 더 많은 것을 의미한다.
서울 집합건물의 거래 가액 대비 채권최고액 비율은 지난 3월을 기점으로 우하향 중이다. 이 비율은 3월 58.04%까지 치솟았지만, 5월 53.56%로 줄어든 뒤 7월에는 50.93%까지 내렸고 지난달에는 50% 미만까지 하락한 것이다.
서울에선 지역별로 조금씩 편차를 보였지만, 대부분 전월 대비 대출 비중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통계에 따르면 강남구와 서초구는 올해 처음으로 30%대를 기록해 각각 39.79%와 38.04%로 나타났다. 강동구 역시 7월 53.41%에서 8월 48.33%로 급락했다.
이렇듯 서울 주택 매수 때 대출 비중이 줄어든 것은 정부의 전방위적인 대출 조이기와 집값 급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시중은행은 서울 집값 상승세가 시작되자 금융당국의 압박에 일찌감치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높였다.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5곳(신한·KB국민·우리·NH농협·하나은행)은 7월 이후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22차례 인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지난달에는 1주택자 주택담보대출 제한과 갭투자 목적의 전세대출 중단, 신용대출 한도·대상 축소 등이 줄줄이 시행됐다.
동시에 정책대출 문턱도 한껏 높아졌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6일 자로 주택 가액 6억 원 이하 주택을 매매할 때 이용할 수 있는 디딤돌 대출 금리를 최고 0.4%포인트(p)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기존 연 2.15~3.55%에서 연 2.35~3.95%로 금리가 올라 실수요자 부담이 더 커졌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채권최고액 비율이 하락한 것은 대출받아 주택을 사들이는 비중이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최근 대출 금리가 오르고 대출 한도도 제한되자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으로 정부의 대출 규제 정책 시행 효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다만 서울에서도 강북구나 관악구, 노원구 등 중저가 아파트 밀집지역에선 지난달에도 전월과 비슷한 수준의 대출 비중이 포착됐다. 또 서울 외 경기나 인천, 주요 광역시에선 오히려 지난달 대출 비중이 전월과 비슷하거나 늘어난 경우도 나타났다.
실제로 주택 거래 가액 대비 채권최고액 비율은 대구는 7월 66.87%에서 68.34%로, 인천은 70.14%에서 73.36%로 늘었다. 광주는 66.48%에서 72.53%까지 급등했다. 이 밖에 대전과 세종, 제주, 강원 등에서도 7월 대비 대출 비중이 더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고 교수는 “서울 핵심지 아파트값은 많이 올라 대출 규제 영향을 많이 받지만, 그 외 지역은 여전히 정책대출을 받을 수 있는 주택 가액을 형성하고 있고 무주택자도 정책대출을 통해 내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꾸준하다”며 “대출 비중이 계속 줄어들지는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