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혁신‧통제 논란 큰 ‘AI 교과서’ 도입

입력 2024-10-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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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경 사회경제부 기자

내년부터 학교에 도입되는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해 교육계에서 계속해서 여러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교과서 심사부터 선정, 도입까지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을 두고 졸속 추진이라는 지적과 함께 교사들이 도대체 뭘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도 불분명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전문가들은 AI의 장점과 폐해가 어느 수준에 이를지 가늠조차 안 되는 상황에서 공교육이 산업계보다 교과서에 AI 도입을 서두르는 게 부자연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최근 관련 전문가 간담회도 줄짓고 있다. AI 디지털교과서 관련 장점이 난무하는 가운데 특별히 눈에 띄었던 부분은 ‘딴짓’을 못한다는 부분이었다.

관련 설명을 하는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수업 중 학생이 딴짓은 안 하는지, 집중은 하는지 등 일반적인 관리감독은 AI의 도움으로 처리하고 일정 상황(신호, 데이터 발생)이 되면 선생님이 직접 개입하는 식”이라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성인 근로자도 1일 업무 시간(8시간) 중 약 17%(1시간20분)는 업무가 아닌 사적 활동에 소비한다. 해당 조사에서 업무 몰입도의 기준은 업무시간 동안 사적인 활동(흡연·인터넷 서핑·사적 외출 등)을 하지 않고 업무에 사용하는 정도(시간)를 뜻한다.

이에 일부 교사들 역시 가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은 “딴짓을 못하게 한다고 해서 주의 집중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목소리다.

한 교사는 “학습이 이뤄지게 ‘배움’으로 주의 전환이 이뤄지게 해야 하는데 패드나 노트북이 그런 역할을 할 수는 없다”며 “지금 교육부 AI 디지털교과서는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때 동태를 잘 감시하고 있으니 걱정마라’라며 교실이 교도소이고 교사가 간수이며 학생이 죄수인 모습이나 다름없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정제영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원장은 기자에게 “우리나라는 아직 딴생각 등 딴짓을 막는 기술은 도입하지 않았다”면서 “다만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것은 학생이 수업 중에 디지털 도구로 다른 것을 보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아서 설명될 때 강조된 것 같다. 노트북이나 패드로 SNS 등 다른 활동을 하지는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물론 교수자로선 학습에 집중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내년부터는 AI 디지털 학습 도구로 가르치거나 배우기 때문에 딴짓을 할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하기 때문에 이 같은 고민을 하는 게 당연하다. 이를 오로지 학생이 딴짓을 하는지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바라보는 건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취지와 벗어난 얘기다.

교육을 하는 교사는 수업 자체에 집중하게 하는 게 맞다. AI 디지털교과서 도입과 맞물려 중요한건, 학생과 학부모가 수용할만한 수업 도중 ‘딴짓’을 허용하는 범위 그리고 그것을 통제할 기준 또한 교육당국이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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