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식품기업이 올해도 협력사와 동반성장을 위한 행보를 이어간다. 특히 식품업 본연의 특성을 살린 지역농가·농부와의 상생에 힘을 줄 것으로 보인다.
1일 동반성장위원회가 가장 최근 발표한 ‘동반성장지수 평가결과(2023년 기준)’에 따르면 최우수 명예기업은 총 30개사로 집계됐다.
동반성장지수는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촉진을 목적으로 기업별 동반성장 수준을 평가해 계량화한 지표다. 위원회는 2011년부터 매년 1회 전년 실적을 바탕으로 산정해 공표하고 있다.
동반성장지수 평가를 시작한 이후 3개년 이상 연속해 최우수 등급을 받은 기업을 최우수 명예기업으로 선정한다. 이번 평가 결과, 최우수 명예기업 30개사 가운데 △농심 △파리크라상 △CJ제일제당 등 3개 식품사가 포함됐다.
농심은 6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획득한 유일한 식품기업이다. 그동안 130여 개 중소 협력사를 대상으로 금융 지원, 기술 지원, 환경위생 지원, 산업안전재해 예방 지원 등 다양한 상생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농심의 특별한 상생 활동은 청년농부 육성 프로그램이다. 귀농청년의 정착과 영농활동을 돕기 위해 2021년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시작했다. 농심이 지난 3년간 육성한 청년농부 30명을 통해 구매한 감자량은 총 685톤(t)에 이른다.
올해로 4년째를 맞는 이번 프로그램에 선정된 10명의 청년농부 중 안천기(31)씨와 안민기(23)씨는 형제 사이로 40년간 감자농사를 지어온 아버지의 뒤를 이어 감자농사에 도전하고 있다.
형 안천기씨는 “어릴 적 아버지 농사를 도와드린 적은 있지만, 내 손으로 직접 키운 감자가 잘 자랄지 불안했는데 농심의 체계적인 지원으로 걱정을 덜고 있다”고 말했다. 동생 안민기씨는 “아버지 역시 40년 평생 감자 농사를 지어온 전문가지만, 농심의 최신 교육프로그램 덕분에 우리 삼부자의 재배 기술이 더욱 발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SPC그룹의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파리크라상은 4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파리크라상 측은 “업의 특성에 맞는 ESG 활동을 펼쳐 사회와 환경에 이바지해 이런 결실을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파리크라상은 가맹업을 바탕에 둔 만큼 매년 가맹점에 제조기사 지원, 가맹점주 자녀와 아르바이트생 장학금, 마케팅 등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10년 이상 운영 점포의 재계약을 지원해 점주들이 안정적으로 점포를 운영하도록 돕는다.
지역사회와의 상생 역시 파리크라상이 중점에 두는 활동이다. 파리크라상은 2008년부터 ‘행복 상생 프로젝트’를 통해 어려움을 겪는 지역 농가의 농산물을 사들여, 이를 활용한 제품을 개발해 출시하고 있다. 강원 감자, 제주 구좌 당근, 영주 풍기인삼, 경산 대추, 천안 블루베리 등을 활용한 제품을 선보이며 호응을 얻었다.
특히, 농산물 수매와 제품화를 넘어 농산물 신품종 확대 등 농가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회사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충남 논산시 청년 농부들이 키운 ‘비타베리’ 품종을 넣은 케이크를 출시했다. 비타베리는 충청남도농업기술연구원 딸기연구소가 수출용으로 개발한 신품종이다. 과일의 경도와 향, 당도, 비타민C 함유량 등이 우수하다. 비타베리 재배 청년농부들은 해당 제품 홍보모델로도 기용됐다.
파리크라상 관계자는 “신품종의 베이커리 제품 최적화를 위한 연구 개발에 참여하고, 판로와 수익 확대를 지원할 수 있도록 ‘논산딸기 생딸기 프레지에’ 등을 선보였다”며 “농가가 신품종 재배 확대 및 품질개선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도록 힘을 보태고 있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은 이번 발표에서 새롭게 최우수 명예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2021년도부터 3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획득했다.
CJ제일제당은 협력사의 안정적인 경영 활동을 위해 약 200억 원을 무이자로 대여해주는 금융 지원인 프로그램인 '직접 자금지원 제도'와 560억 원 상당의 자금을 저리로 지원하는 '상생 펀드'를 운영해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부터 40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운영한 ESG/생산성 향상 컨설팅과 20개 협력사에 지원한 산업안전 활동 강화 등 경영지원제도 역시 호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농심, 파리크라상과 달리 대기업에 속하는 CJ제일제당은 민간기업 최초로 대기업 상생협력형 내일채움공제를 도입해 협력사 임금 격차 해소에 이바지하고 있다. 지난해 26개 사에 근무 중인 100명이 참여했다.
대기업 상생 협력형 내일채움공제는 대기업과 협력사 근로자가 5년간 공동으로 공제금을 적립하면 만기 시 근로자에게 목돈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특히, 근로자가 장기 재직을 통해 기업의 핵심인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사업보국(事業報國)’ 경영철학을 토대로 중소 협력사들과의 상생을 위해 계속 노력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동반성장 생태계 조성을 위해 지속가능 경영을 더욱 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