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덕후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 수익성 확보 '사활' [CEO 탐구생활]

입력 2024-10-21 05:00 수정 2024-10-2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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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글로벌 시장에 알린 일등공신…웹툰 작가 자긍심 고취 앞장
유료결제로 창작자 수익 키우고 조석·기안84·이말년 등 스타 작가 배출
IP 비즈니스로 수익성 확보…드라마·게임·영화 등 2차 창작물 제작

‘만화 덕후’였던 소년은 회사의 신생 서비스인 웹툰 산업을 육성해 20년 만에 회사를 미국 나스닥에 입성시키는 데 성공했다. 만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의 스토리다.

서울대 응용화학부를 졸업한 후 2004년 네이버에 개발자로 입사한 김 대표는 만화 덕후답게 회사에서도 신생 사업인 웹툰 업무를 자진해서 맡았다. 네이버웹툰의 창작자 수익 모델인 ‘PPS(Page Profit Share)’ 프로그램과 요일제 연재 시스템, 도전만화 등은 모두 김 대표 손에서 탄생했다. 초창기 네이버웹툰을 이끈 ‘마음의 소리’의 조석 작가, ‘입시명문사립 정글고등학교’의 김규삼 작가 등은 모두 김 대표가 직접 발굴한 작가들이다. 김 대표는 입사 11년 만인 2015년 네이버웹툰 대표 자리에 올랐으며 웹툰 서비스의 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김 대표는 네이버웹툰을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시켰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종주국인 웹툰 산업을 세계 시장에 알린 주역이다. 그의 목표는 단순히 네이버웹툰 모회사인 웹툰엔터테인먼트의 미국 나스닥 상장이 아니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웹툰을 전 세계인들에게 인정받는 미디어 콘텐츠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지금은 일본, 미국, 유럽, 동남아 등 전 세계인들이 웹툰을 감상하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그의 이 같은 비전은 무모한 도전이었다. 만화가 주름잡고 있던 시절 웹툰이 탄생한 한국에서조차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나스닥 상장 직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처음에는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서 시작했던 일이었는데 한때 시작하고 얼마 안 됐을 때 한 교수로부터 ‘웹툰 작가가 무슨 만화가냐’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것이 이를 악물게 된 계기가 됐다”면서 “웹툰을 본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고 웹툰작가가 선망받는 직업이 되도록 하고 싶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성덕의 열정과 노력 통했다…세계인 1억7000만 명이 보는 웹툰

웹툰에 대한 김 대표의 애정은 각별했다. 당시 하위 문화로 여겨졌던 웹툰을 주류 문화 콘텐츠로 끌어올리기 위해 김 대표는 창작자들이 환경에 구애 받지 않고 작품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네이버웹툰에 좋은 작품이 많아야 독자를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PPS 프로그램은 콘텐츠 유료 판매와 광고 수익, 지식재산권(IP) 사업 수익을 중심으로 창작자 수익을 다각화하기 위해 네이버웹툰이 2013년 도입한 프로그램이다. PPS 도입 이전 작가들은 원고료가 수익의 전부였지만 PPS가 도입되며 작가들이 가져갈 수 있는 수익의 범위가 늘어난 것이다. 이용자가 ‘쿠키’(네이버에서 웹툰이나 웹소설 등을 결제할 때 쓰는 사이버 머니)를 소비하면 수익금의 60~70%를 창작자에게 지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PPS 도입 이후 웹툰 산업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첫해 232억 원에 불과했던 프로그램의 연간 규모는 2조255억 원(2022년 기준)으로 87.3배나 불어났다. 국내 작품의 절반 수준인 52%가 해외에서도 매출을 올리고 있었고 조회수 10억 회를 돌파한 작품은 40편, 5억 회를 돌파한 작품은 108편에 달했다.

네이버웹툰 생태계에서 활동하는 웹툰작가들은 생계 걱정 없이 작품 활동에 매진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조석, 김규삼, 기안84, 이말년 등 스타 작가를 배출할 수 있었고 웹툰 작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과거 “만화가가 되면 굶어죽는다”는 학부모의 부정적 인식이 팽배했으나 웹툰 작가들이 고수익을 내면서 부모가 앞장서서 웹툰 작가를 꿈꾸는 자녀를 지원하는 추세다.

김 대표가 웹툰을 단순히 회사의 미래 먹거리로만 봤다면 현재 네이버웹툰의 성장은 불가능했을 일이다. 웹툰 생태계를 육성하겠다는 김 대표의 의지로 인해 네이버웹툰은 현재 150국 이상에서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으며 서비스 중인 작품만 5500만 개가 넘는다. 글로벌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1억6900만 명(1분기 기준)이며 활동하는 창작자는 2400만 명에 이른다. 연간 매출액은 13억 달러(2023년 말 기준) 규모다.

김준구 대표의 트레이드마크는 노랑머리다. 마음의 소리, 외모지상주의 등 웹툰 작품에서도 김 대표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준구’라는 이름에 노란 머리를 하고 안경을 쓴 인물이 바로 김 대표의 상징이 됐다. 여러 작품 속에서 김 대표는 희화화되고 있지만 웹툰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김 대표의 희생을 상징한다. 동양인 얼굴을 구분하지 못하는 미국인들에게 스스로를 각인시키기 위해 김대표가 2년간 노랗게 머리를 염색하고 다닌 것이다.

◆수익성 확보·주가 부양·노사 갈등 봉합은 해결 과제

네이버웹툰은 상장 이후 위기에 봉착했다. 수익성 확보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상장 이후 주가는 폭락했고 추가 보상을 두고 노사 갈등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난관을 극복하고 흑자 전환을 통해 성장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1억4480만 달러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지난해 말까지 누적 적자가 3억6330만 달러에 이른다. 글로벌로 확장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은 증가했으나 해외에서 수익모델이 자리 잡지 못한 탓이다.

네이버웹툰이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등 2차 창작물로 이어질 수 있게 경쟁력 있는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현재 네이버웹툰 매출의 80% 이상 유료 콘텐츠 판매가 차지하고 IP 관련 매출은 8.4% 수준이다. 네이버웹툰은 향후 유료 콘텐츠 시장의 매출 1300억 달러, 광고 6800억 달러, IP 9000억 달러로 전망하며 IP를 활용한 2차 콘텐츠가 회사의 주요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대표는 노사갈등을 풀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상장 후 추가적인 보상 등을 놓고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네이버웹툰 노동조합은 웹툰엔터테인먼트의 기업공개(IPO)에 따른 보상이 김준구 대표와 일부 임원에게만 집중됐다며 8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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