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이미 약 1만1000명 주둔 중”
미국 국무부도 북한군 주둔 확인
최선희 北 외무상, 푸틴 대통령과 회동
파병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이 일부 점령한 러시아 남서부 본토 쿠르스크에 주둔 중이며, 우크라이나군 코앞까지 이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와 AFP통신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쿠르스크에 북한군 약 1만1000명이 이미 주둔 중”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도 비슷한 관측을 내놨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현재 약 1만 명에 달하는 북한군이 쿠르스크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교전도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밀러 대변인은 “그들(북한군)이 곧 우크라이나군을 상대로 한 전투에 돌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때가 되면 북한군은 합법적인 군사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밀러 대변인은 공병대와 같은 소규모 북한군이 목격됐거나, 교전 중 부상한 북한군이 존재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그들이 전투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봤다. 우리는 모든 것을 조사하고 있다”면서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쿠르스크는 러시아 남서부 접경지로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개전 후 방어에 집중했던 우크라이나군이 8월 러시아 본토를 역으로 공격하면서 이 지역 일부를 점령한 상태다.
러시아군은 이곳 탈환을 위해 돈바스 지역 병력 일부를 이동시키는 등 갖가지 전략을 추진했으나 병력 부족에 가로막혀 있다. 이에 러시아는 이번 북한군 파병으로 쿠르스크를 되찾기 위한 돌파구를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이 5일 미국 대통령선거에 맞춰 우크라이나군과 본격적인 교전을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시점을 활용해 북ㆍ러 관계를 과시하는 한편, 미국의 새 대통령을 압박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에서 자국을 방문 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상을 만나 러ㆍ북 관계의 견고함을 과시했다.
예고에 없던 깜짝 회동에서 두 사람은 본격 면담에 앞서 1분간 악수하면서 대화를 나눴다. 최 외무상이 “바쁜 일정에도 만날 수 있게 해준 데 감사드린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진정성 있는, 따듯한 동지로서의 인사를 대신 전달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하자 푸틴 대통령은 “휴일(러시아 국민화합의 날)에 친구들을 만나는 건 매우 좋은 전통”이라고 화답했다.
예고 없던 만남을 놓고 푸틴 대통령이 북한 파병과 관련해 최 외무상을 ‘특별대우’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구체적인 회동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북한군 파병과 미국 대선, 북ㆍ러 관계강화, 특히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등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최 외무상은 1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나 “승리의 날까지 북한이 러시아 편에 설 것”이라며 ‘군사적 동지애’를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