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 문제’ 표면적 이유 외에
총선 앞둔 친서방 정부 흔들려는 의도
몰도바, 우크라이나에서 전기 수입하기로
1일(현지시간)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몰도바 내 친러 분리주의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 당국은 오전부터 아파트 온수와 난방 공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국은 아파트 주민들에게 영하로 떨어진 기온이 반등할 때까지 창문 틈새를 막으라고 조언했다.
트란스니스트리아가 이러한 결정을 한 이유는 새해 들어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앞서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은 몰도바를 향하던 가스 공급을 이날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가스프롬은 성명에서 “몰도바가 채무를 갚지 않은 탓에 내년 1월 1일 오전 5시부터 가스 수출을 중단한다”며 “우린 몰도바와의 공급 계약을 종료하는 것을 포함해 모든 조치를 할 권리가 있다”고 공표했다.
이번 발표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산 가스를 유럽 전역으로 운송하는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나왔다. 우크라이나의 계약 종료로 러시아산 가스에 의존하던 유럽 국가들은 당장 에너지 조달에 애를 먹게 됐다. 그러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우회하는 루트로 공급을 이어가겠다고 알렸다. 현재 작동 가능한 루트는 흑해와 튀르키예를 거치는 튀르크스트림이 있다. 그러나 몰도바만 이 루트에 포함하지 않았다.
러시아가 가스를 차단하기로 한 명목상 이유는 채무 문제였지만, 올해 몰도바 총선을 앞두고 친서방 정부와 친러 분리주의 간 분열을 심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간 몰도바는 트란스니스트리아를 거쳐 들어오는 러시아 가스를 사용하고 있었다. 가스 공급을 막음으로써 현 정부를 흔들고 반정부 움직임을 극대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크라이나의 운송 계약 종료를 러시아가 이용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스타니슬라프 세크리에루 몰도바 대통령실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는 몰도바를 경제ㆍ사회적으로 불안정하게 하고 총선을 앞두고 개혁을 지지하는 정부를 약화하며 친러 세력의 재집권에 대한 정치적 니즈를 만들어내기 위해 에너지 수출을 무기화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건 에너지 위기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유도된 안보 위기이며, 올해 총선을 앞두고 조작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마이아 산두 대통령이 이끄는 몰도바는 친서방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우크라이나를 줄곧 지지해 왔다. 산두 정부는 유럽연합(EU) 가입도 신청한 상태다.
폴란드 국제관계연구소의 야쿠프 피엔코프스키 연구원은 “몰도바 전기 가격은 3년 동안 6배나 올랐고 사람들은 화가 났다”며 “산두 대통령이 EU 가입에 관해 얘기할 순 있지만, 사람들이 전기나 가스를 살 돈이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이게 러시아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한편 몰도바 정부는 2일부터 에너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서 전기를 구매하기로 했다. 몰도바 정부 비상위원회는 “(전기 구매로) 러시아 가스 공급 중단에 따른 전력 부족을 해결하고 있다”며 “여러 곳에서 전기가 충당되면서 1일 계획 정전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