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자경단 등장하면 채권금리 치솟게 돼
머스크 내세운 재정 지출 효율화 착수 시 채권금리 상승 제한될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재입성 확정으로 뉴욕증시가 ‘트럼프 랠리’를 이어가는 가운데 채권시장에서는 이른바 ‘채권 자경단’ 등장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월가에서 ‘닥터 둠’으로 불리는 대표적인 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명예교수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2017년에 시작한 감세 조치를 영구화하려고 한다면 시장 규율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면서 “이는 더 ‘급진적인’ 경제정책에 대한 억제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즉 ‘채권 자경단’이 등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은 재정적자를 부추기는 정책이 나올 때 시장이 국채 투매로 대응해 정책 변화를 압박하는 현상을 말한다.
지난 2022년 9월 리즈 트러스 영국 신임 총리가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감세안을 발표했던 때가 대표적인 ‘채권 자경단’ 등장 사례로 볼 수 있다. 당시 감세안 발표로 영국 국채(길트) 10년물 금리가 폭등해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것은 물론 영국 연기금의 유동성 부족 사태까지 발생하자 트러스 총리는 결국 취임 44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루비니 교수는 고율 관세 부과, 미국 달러화 가치 평가 절하, 불법 이민 차단 등 트럼프가 내건 공약들이 미국 경제를 둔화시키는 동시에 인플레이션 압박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주 뉴욕 채권시장에서는 10년물 국채금리가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되자 한때 4.47%까지 올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채권 자경단의 미국 국채 매도세 포지션이 늘어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금리가 연 5%까지 상승(채권 가격 하락)할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의 우려와 달리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 제한돼 채권 자경단 전략이 힘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내세워 재정 지출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이다.
머스크 CEO는 지난달 27일 트럼프의 유세 현장에 등장해 “여러분들의 돈이 낭비되고 있다”면서 “적어도 2조 달러는 축소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 연방정부 지출의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머스크는 X(엑스·옛 트위터)를 인수하면서 전체 인력의 80%를 줄일 정도로 고강도 지출 삭감을 한 경험이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채권 자경단’이라는 용어를 만든 유명 경제학자 에드워드 야르데니는 “트럼프가 연방정부 부채를 줄이면 장기 금리 상승 여력은 제한적일 수 있으며, 4~5% 정도가 적정수준이 될 것”이라면서 “채권 투자자들은 금리가 어디로 갈지 탐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차기 재무장관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 헤지펀드 거물 조지 소로스의 오른팔로 유명한 스콧 베센트인 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보탠다. 헤지펀드 출신인 만큼 시장이 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잘 파악해 방만 재정 정책을 펴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