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승객 대부분 ‘한결 여유로운 출근’에 만족해
느린 속도‧급정거 지적도…市, 노선 3개 추가 예정
26일 오전 4시. 서울시 도봉구 도봉구민회관 정거정에서 서울 시내를 달리는 첫 ‘자율주행버스’에 탑승한 김영이 씨는 ‘신세계’를 경험했다. 매일 새벽 첫 차를 타고 자택이 있는 쌍문동에서 청소 일을 하는 강남구 청담동까지 출근하는 김씨는 서서 가기 일쑤였다. 그나마 운이 좋으면 바닥에 자리를 깔고 앉았다. 사람들로 빼곡한 버스에서는 툭하면 싸움소리가 들렸다. 출근길부터 진이 빠졌지만, 이날 입석이 불가한 자율주행버스에서는 안전벨트를 매는 ‘호사’까지 누렸다. 그야말로 처음 느껴보는 편안한 출근길이었다.
기존 160번 앞에 자율주행을 의미하는 ‘A(Autonomous)’를 붙인 A160은 이날 버스 요금 정산기 작동 문제로 애초 계획보다 약 10분 늦은 3시 40분에 도봉역 버스환승센터에서 첫 주행을 시작했다. 버스 주변에 라디어센서 4개와 카메라 센서 5개가 주변 상황을 파악했고,모든 장면은 버스 천장 단말기에 그대로 나타나 승객들도 볼 수 있었다.
중앙차로에 들어선 ‘새벽동행 자율주행버스’는 시속 50Km에 속도를 맞췄다. 버스는 도봉산역 광역환승센터를 출발해 영등포역까지 25.7km 구간 대부분을 자율주행으로 달렸다. 다만 파크원타워·LG트윈타워 정류소처럼 짧은 구간 차로를 많이 바꿔야 하는 위험한 곳은 운전자가 직접 버스를 운행했다. 자동인지 수동인지도 천장 단말기에 모두 표시됐다.
30분 일찍 운행을 시작하는 자율주행버스 A160에 탑승한 승객들은 평소보다 편안해진 출근길에 가장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종로에서 미화 업무를 하는 원모 씨는 “앉아서 가니 다리도 안 아프고 너무 좋다”며 “좀 더 일찍 나와서라도 꼭 타고싶다”고 말했다. 배모 씨는 “6년 동안 서서 매일 출근했는데 이렇게 앉아서 갈 수 있어서 너무 좋다”며 웃음을 지었다.
운행 시작 약 1시간 뒤 버스가 강북구 미아동, 성북구 돈암동 일대에 들어서며 새벽 출근을 위해 탑승한 승객은 10명을 넘어섰다. 승객들은 운전대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버스 내부 모니터를 통해 운전자의 조작 없이도 스스로 돌아가는 스티어링휠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일부 승객들은 일반 버스보다 속도가 느린 점과 급정거가 잦은 점에 불편을 느꼈다. 이모 씨는 “자율주행인 줄 모르고 탔다. 불안하지도 않고 일반 버스 같다”면서도 “아무래도 교통법규를 전부 지키다 보니 조금 느린 것 같다”고 말했다.
출발지부터 자율주행버스에 탑승한 20대 직장인 남성은 “막상 (자율주행버스를) 타보니 급정거 같은 문제가 있다”며 “그래도 차가 적은 새벽 시간 주행하며 데이터를 쌓다 보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북부지법 버스 정거장에 도착하기 직전에는 버스가 비를 장애물로 오인해 급정거하며 승객들의 몸이 앞으로 쏠리는 일도 벌어졌다. 자율주행버스 회사 관계자는 “시범운행기간 운전석 안전요원 외에 ‘서비스 매니저’가 같이 타서 안전벨트 착용을 안내하고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새벽동행 자율주행버스’는 당분간 무료로 운행된다. 서울시는 내년 하반기에 운행 안정성이 확보되면 유료화할 예정이다. 요금은 조조할인을 적용해 1200원이 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내년 △상계동-고속터미널 △가산동-서울역 △은평-양재를 잇는 3개 노선을 새벽동행 노선으로 운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