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2차 입법 위해서 정부 비전부터 정해야”
“코인 과세 유예해야…단순 연기 아닌 대안 필수적”
여당, “이용자보호에서 육성으로…정책 지원할 것”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국회 가상자산 2차 입법 토론회에서 “시장 상황과 국가의 산업에 대한 비전이 어떤지를 생각하고 법을 만들어야 산업과 이용자에 도움이 되는 법체계가 될 것”이라는 조언이 나왔다.
28일 박종백 법무법인태평양 변호사는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국회 ‘가상자산산업 및 블록체인 혁신을 위한 2차 입법 과제’ 토론에서 “2차 입법에 앞서 정부 비전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박 변호사는 가상자산 관련 입법의 목적을 크게 △규제 명확성 △이용자보호 △시장건전성 △혁신 존중 △법체계 정합성으로 나누고 국내 입법 상황을 평가했다. 그는 “5개 항목별로 국내 법에 점수를 준다면, 이용자보호는 90점 이상이지만, 혁신은 30점 못 벗어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가상자산 산업을 바라보는 국가의 비전에 △가상자산 위험청정국가 △평균국가 △혁신선도국가 등 3가지 선택지가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2020년만해도 선도국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이제는) 청정국을 목표로 한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대통령을 뽑는 데에도 이 아젠다가 큰 역할을 했고, 재무장관 등도 친 가상자산 인사가 지명됐다”면서 “EU 역시 ‘위험은 관리하되 혁신은 주도한다’는 주의고, 일본도 웹3 백서를 자민당에서 매년 수정하며 비전을 대외적으로 선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한국을 IT중심지로 만드는 데는 자금을 투입하고 제도도 허용적으로 한 반면,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면서 “이는 가상자산이 가진 투기성 등을 착시효과로 너무 크게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웹3 산업은) 이용자의 소유권을 보장하는 차세대 인터넷인 만큼, 우리나라도 현신국으로서의 비전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종섭 서울대 교수는 블록체인이 어떻게 금융 산업을 바꾸고 있는지 설명하며, 그 기반이 되는 인프라와 생태계 조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통금융과 블록체인 기술의 접목이 글로벌 금융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홍콩은 전통 금융에서 아시아의 허브였는데, 디지털 시대에 이 위치를 빼앗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기술을 전통 금융과 접목해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산업에 뛰어들었고, 또한 적극적”이라고 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가상자산 기업인 코인베이스를 예로 들며 국내에는 코인베이스처럼 블록체인 기술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참여자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코인베이스는 거래소 외에도 자회사인 코인베이스 인스티튜셔널을 통해 기관을 위한 투자 서비스 제공하고 있어, 블랙록 등 전통 금융의 디지털 전환을 도우며 상생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면서 “이 회사는 대표부터 전부 전통 금융 강자들이 참여해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코인베이스는 극초기 웹3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육성하는 코인베이스 벤처를 운영하며, 프로젝트의 실사용 사례나 개발 사례가 나오면 ICO와 (토큰) 거래까지 연계하고 있다”면서 “국내에는 이처럼 웹3 창업 생태계를 이해하는 참여자도 별로 없다”고 진단했다.
이를 토대로 이 교수는 블록체인 인프라 육성에 정부가 적극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에서 이미 발생하고 있는 블록체인과 전통 산업의 융합을 이해하는 연구자와 사업자, 정부 당국이 있어야 해당 산업에서 우리나라가 도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업계에서 다양한 일이 발생하고 있고, 이 일들이 무조건 맞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도 “우리만의 인프라는 어떻게 구현돼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고, 파편적으로 해결하다 보면 나중에 엉킨 생태계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금융당국 역시 이달 초 첫 회의를 진행한 가상자산위원회를 통해 기존에 이용자보호, 거래에 중점을 뒀던 것과 달리, 산업적 측면을 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성진 금융위원회 가상자산과장은 “(이달 초) 가상자산위원회가 발족했는데, 금융만이 아닌 과기부나 법무부 인사도 참여하고 있다”면서 “이는 코인 거래 측면 외에도 산업이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이나, 법적 성격에 대해서도 폭넓게 고민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상자산위원회에서 다양한 정부 부처와 민간 위원들과 함께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가상자산 투자자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인 가상자산 과세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상자산 과세에서 현재 대안은 유예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시행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실질적으로 과세 시스템이 도입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구체적으로 “현재 과세할 수 있는 부분은 국내 거래소에서 나타나는 거래 양도세에 한정돼 있다”면서 “해외 거래소 거래는 물론, 가상자산 대여가 스테이킹인지 렌딩인지도 정의돼 있지 않다”고 과세 유예를 주장하는 이유를 밝혔다.
다만, 김 선임연구위원은 이번에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할 경우, 지난 두 차례 유예와는 다르게 대안이 있는 유예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2단계 입법은 국회가 행정부에 부대의견을 통해 입법과제를 줬기 때문에 이렇게 논의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소득세법을 개정하면서 코인 과세 시스템 관련 연구용역 등 과세당국에 과제를 주고, 국회가 이를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김재섭 의원과 여당 인사들은 블록체인 산업 혁신을 위해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산업이) 트럼프 당선을 계기로 급물살 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제도적 결함이나 미비 때문에 뒤쳐지는 것은 안 된다”면서 “관련 법안도 이용자 보호가 중점이었고,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22대 국회에서 오늘 나온 얘기 바탕으로 보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 역시 “(지금까진) 이용자보호가 화두였고, 이제는 육성이나 활용 등 블록체인 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이냐가 화두가 될 것”이라면서 “(업계와 학계의) 의견과 방향 제시에 따라 정무위에서도 산업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