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지점 통ㆍ폐합에 '특화점포'로 대응
역대급 폭설이 내린 11월 28일 낮 12시 경 찾은 서울 송파구 내 KB국민은행 지점. 점심시간이었음에도 휴가로 자리를 비운 은행원을 제외하고 개인 창구 전 직원들이 내방 고객을 맞아 상담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다른 지점과 달리 금융소비자의 이용 편의성을 강화하기 위해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 근무하는 ‘점심시간 집중근무제’를 도입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틀째 폭설이 내린 탓에 은행을 찾는 고객이 많지 않을 것이란 예상에도 불구, 금융 거래가 몰리는 월말인 영향인지 대기 고객들이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지점 관계자는 “그나마 폭설 탓에 내방객이 적은 편”이라며 “평소 이 시간대면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한 고객들로 항상 지점이 북적인다”고 귀띔했다.
이날 대출을 위해 지점을 찾았다는 50대 고객 이성훈(가명) 씨는 “새벽부터 밤까지 장사를 하고 있어 은행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 점심시간 밖에 없다”면서 “처음에는 점심시간 집중상담 제도를 운영하는 지점인지 모르고 찾았으나, 점심에 올 때마다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 이 지점에서만 거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점 인근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40대 김명희(가명) 씨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대부분 은행 업무를 처리하고 있지만 직접 업무를 봐야할 일이 종종 생긴다”며 “가깝기도 하고 점심에도 업무를 볼수있어 자주 이용한다”고 했다.
국민은행이 점심시간 집중근무제를 도입한 것은 이 시간대 영업점 이용이 불편하고 혼잡하다는 고객의 의견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통상 은행 지점들은 점심시간에 개인고객을 위한 창구를 한 곳만 열어둔다. 은행원들의 휴게시간 때문이다. 지점을 방문하는 고객들은 길면 30~40분까지도 대기해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부터 고객이 점심시간에도 여유롭게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교대역·서소문 등 5개 영업점에서 점심시간 집중근무제를 시범 운영했다.
고객 편의를 먼저 생각한 국민은행의 영업 전략은 주효했다. 이 기간 시범 운영 지점의 만족도는 84.6점으로 일반 지점(81.1점)보다 3.5점 높았다. 무엇보다 이용 고객의 97%는 ‘점심시간 집중상담 확대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국민은행은 올해 9월 점심시간 집중상담 운영 지점을 전국 41개 지점으로 확대했다. 서울 뿐만 아니라 부산, 광주, 경북, 충청 등 지방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직원들도 윈윈이다. 혼잡한 날에는 고객이 몰리지만 인력을 지원해주기 때문에 업무부담이 줄어들고 실적증대라는 메리트도 있어서다.
이 지점 또 다른 직원은 “점심시간에 내점하는 고객 중에는 직장인이 많다보니 금융상품 상담이나 가입고객들이 늘어나면서 실적에 도움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집중상담 시간에 맞춰 예약을 하고 오는 고객들도 생기는 등 고객 만족도가 높아 일하기 편해진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점포 통폐합으로 소비자의 금융서비스 접근권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특화지점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점심시간 집중상담 지점 뿐 아니라 영업점 운영 시간을 오전 9시~오후 4시에서 오전 9시~오후 6시로 연장한 특화지점 ‘9To6 뱅크’를 전국 82개 지점에서 운영 중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점포 형태의 다양화는 곧 금융 소비자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면서 “고객의 편의를 생각한 좋은 취지의 제도라고 고객들이 먼저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