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손보사 적자구간 진입해
자동차 정비수가 협의도 난항
내년 초 보험료 인상 나설듯
자동차보험이 적자구간에 진입하면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년 연속 보험료를 인하한 이후 비와 눈으로 인한 차 사고가 급증하고 있는 데다 고가차량이 늘어나 비용도 천정부지로 상승하고 있어서다. 치솟는 대출금리에 고물가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폭설로 인해 4대 손해보험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에만 3일간 5만6741건의 사고가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건수를 일자별로 보면 △26일 1만6719건 △27일 2만3295건 △28일 1만6727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하루평균 건수가 1만4590건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많이 늘어난 수치다.
117년 만에 11월에 눈폭탄이 쏟아지면서 서울 북부 지역에는 이틀간 40cm까지 눈이 쌓인 탓이다. 이로 인해 강원 원주시에서는 53중 추돌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손해율이 지속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눈과 도로 결빙 등으로 인한 겨울철 계절적 요인까지 더해질 경우,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부문이 올해 적자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4대 손보사의 올해 10월 말 누적 손해율은 단순 평균 81.5%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8.2%) 대비 2.9%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마케팅 비용과 같은 사업비 등을 감안하면 이미 적자구간에 진입했다는 설명이다.
중소형 손보사도 누적 80%대를 넘겼다. 롯데손해보험은 84.2%, 한화손해보험은 83.0%, 메리츠화재는 80.8%로 나타났다.
자동차 정비수가 협의도 난항이다. 내년도 정비수가 인상률을 두고 손해보험사와 정비업체 간의 의견차가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손보업계는 동결, 정비업계는 8%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손보업계는 앞서 코로나 19로 인한 교통량 감소와 정부의 상생 금융 기조로 인해 2년 연속 보험료를 인하한 바 있어, 손해율이 더 급격히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동차가 고도화되면서 차량비용 자체가 올라간 데다 교통사고에 필요한 수리비와 렌트비가 올라간 것도 영향을 끼쳤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차량 수리비는 2013년 110만 원 수준에서 2022년 161만 원으로 증가했으며, 신규 차량의 평균가격도 2020년 3984만 원에서 지난해 4922만 원으로 크게 상승하는 등 차량의 가격도 꾸준히 올랐다.
내년 ‘자동차보험 비교·추천서비스 2.0’이 출시되면 다이렉트 등 사이버마케팅(CM)채널과 비교서비스 보험료가 일원화되면서 수수료가 부가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플랫폼에서만 붙던 3%의 수수료가 CM채널과 플랫폼 보험료에 각각 1.5%씩 분산되는 것이다. 이에 다이렉트 채널을 이용하던 고객도 수수료를 함께 부담해야 해 보험료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천지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사고 발생률의 경우 차량 기술의 발전 등으로 장기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일 수 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거리 감축으로 그 효과가 크게 확대된 일시적 요인이 크다”며 “차량 및 관련 수리비 증가, 인플레이션 등의 영향으로 대물 등 물적담보를 중심으로 확대돼 손해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료 조정은 통상 연초에 정해졌으나 최근 2년간 상생 금융으로 인해 연말에 발표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올해도 연말에 결정되고 연초에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