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원대 여전히 높은 수준
해외 투자로 외화 부채 급증
환율 상승에 손실 부담 커져
계엄령 여파로 한 때 1446.5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이 1410원 선에서 안정세를 되찾았지만, 외화 부채가 늘어난 배터리 기업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현재 환율 수준이 올 1~3분기 평균보다 여전히 높아 환 관련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달러 부채는 6조8284억 원으로, 3개월 전(4조1607억 원)보다 2조6000억 원가량 급증했다.
같은 기간 달러 자산은 3조7468억 원에서 4조4397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외화 부채가 외화 자산보다 많으면 환율이 상승할 때 손실이 발생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 말 환율이 10% 상승하면 2389억 원의 세전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기간 거둔 영업이익 4483억 원의 절반 수준이다.
작년 상반기만 해도 배터리 기업들에는 환율 상승이 영업이익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외화 자산이 외화 부채보다 많고, 현지에서 달러로 결제하는 비중이 커 환차익을 볼 수 있는 구조였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달러 자산 4조4880억 원, 달러 부채 4조1944억 원으로 환율이 10% 상승하면 294억 원의 세전이익이 발생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배터리 판매가 급감했고, 반면 해외 투자 규모는 늘면서 환율 상승은 더 이상 호재가 아니게 됐다.
SK온도 작년 상반기에는 환율이 5% 오르면 세전손실이 47억 원 가량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올 3분기 기준으론 환율 5% 상승 시 세전손실이 177억 원 증가한다.
삼성SDI는 지난해 말까지도 환율이 5% 상승할 때 12억 원 가량의 세후이익이 기대됐으나, 연내 미국 스텔란티스 합작공장을 가동하는 등 해외 투자에 속도를 내면서 환율 변동에 더욱 민감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계엄령 여파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까지 치솟았던 환율이 안정세를 찾긴 했으나, 문제는 올 1~3분기 평균 환율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을 보면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1분기 1329.40원 △2분기 1371.24원 △3분기 1358.35원으로 집계됐다. 만약 현재 환율이 유지된다면 4분기 평균 환율은 1390원에 달할 전망이다.
기업들은 파생상품 매매나 제품 거래 시 환율 차이를 최소화하는 등 여러 환 헤지(위험회피) 방법을 통해 환율 변동성을 관리하는 한편, 생산공장 가동을 연기하거나 설비투자 규모를 축소하며 재무 부담을 낮추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배터리 수요가 늘어나면 강달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존재한다.
정진수 흥국증권 연구원은 “사업 기반이 대부분 선진국 중심으로 현지화돼 있고, 대부분 현지에서 달러화로 결제하기 때문에 외화 환산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