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탈당’은 결론 못내
친한 “정치적 자살행위” 공개 비판에도
친윤계 ‘침묵 유지’·최고위 불참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에 여권의 분열이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요구한 윤 대통령 탈당 등을 두고 ‘친윤계’(친윤석열)와 ‘친한계’(친한동훈)가 결별 수순을 밟을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표는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CBS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에 대해 탈당을 요구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서 책임질 사람들에 대한 문책은 당연히 따라야 된다는 게 대부분 다 공감하는 내용이었고, 내각 총사퇴 얘기도 많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추경호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보고 난 다음에 결정하자는 주장을 했다”고 김 최고위원은 전했다. 친윤계 김민전·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 불참했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인요한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 탈당 등에 동의했다고 한다.
곧이어 진행된 비공개 의원총회에선 내각 총사퇴와 비상계엄령을 건의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해임을 요구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다만 윤 대통령의 탈당 요구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이와 관련해, 한 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러 의견이 있어서 계속 의견을 들어보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당은 다시 의총을 열어 추가 논의를 한다는 방침이다.
당이 총의를 모으지 못하는 상황에서 친한계는 윤 대통령을 향해 공개적 비판에 나섰다. 배현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그 어떤 이유라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대한민국 헌법 가치를 훼손하는 명분 없는 정치적 자살행위에는 절대로 동조할 수 없음을 밝힌다”고 했다. 박정훈 의원도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계엄령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극단적 행위”라면서 “자충수도 이런 자충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김상욱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계엄을 위한 절차나 사유가 충분하지 않다. 그 절차 자체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집권여당에 있다는 것이 부끄럽다”고 한탄했다.
김 최고위원 등 계파색이 옅은 21명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공식 성명을 내 “대통령은 국민의힘을 탈당해 달라”며 “탈당을 거부한다면 당 지도부는 대통령을 윤리위에 회부하고 출당조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국무위원 일괄 사퇴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에 대한 수사 개시 등을 요구했다.
반면 추 원내대표를 비롯한 친윤계는 침묵을 유지하는 상황이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새벽 기자들과 만나 “일련의 상황으로 인해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3일 밤 추 원내대표의 중앙당사 집결 지시로 대다수 국민의힘 의원이 계엄 해제 요구안의 건을 표결하는 본회의에 불참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국회에 들어오는 노력을 하다가 도저히 진입이 안 돼서 당사에 모여 있었다”고 해명했다.
여권 안팎에선 윤 대통령의 기조에 따라 최악의 경우 이들이 결별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는 사실상 심리적 탄핵 저지선을 넘어선 것”이라며 “여당으로서 역할은 사실상 끝난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야권이 추진하는 윤 대통령의 탄핵이 가시화되고 단합하지 못할 경우 2017년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의 분당 사태처럼 “보수가 분열될 수 있다”는 말이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