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에 한국 기업의 ‘자사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밸류업 프로그램)’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4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윤 대통령의 계엄령이 밸류업 프로그램에 일으키는 반향에 주목하고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업 가치와 주가를 높이기 위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자본시장 정책이다. 한국 상장 기업들의 주식이 유사한 외국 기업보다 낮은 가치로 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걸 목표로 한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계엄령이 정치 불안정성을 가중시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높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윤석열 정부의 주요 정책 과제”라며 “정책 추진의 동력이 돼야 할 법 개정안들이 국회에 계류 중이던 상황에서, 이번 사태로 현 정권의 리더십과 정권 유지 여부에 대해 빨간 불이 켜져 정책의 동력을 상실할 위험이 존재한다”고 봤다.
해외 주요 외신도 한국의 정치 리스크가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 방송은 레이프 에릭 이슬리 이화여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법적 과잉이자 정치적 오산으로 보이며, 한국의 경제와 안보를 불필요하게 위험에 빠뜨렸다”고 했다. FT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한국 통화가 약 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며 “이날 원화는 달러 대비 1.4% 급락하며 1423.9원까지 내려앉았다”고 전했다.
이에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도 이번 계엄령이 자사 밸류업 프로그램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SKT는 2026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 10%를 달성하겠다고 공시한 바 있다. 또, 2030년까지 총매출액 30조 원을 기록하고, 인공지능(AI) 비중을 35%까지 끌어올리겠다고도 했다. KT는 1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추진하고, ROE를 9~1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LG유플러스도 ROE 8~10% 및 주주환원율 '최대 60%' 달성이라는 밸류업 플랜을 공시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우선 밤에 상황이 일단락돼 아직까진 업계가 크게 반응하거나 대책을 찾거나 하진 않고 있다. 우선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했다.
한편, 계엄 이후 이동통신 네트워크 장애는 발생하지 않았다. KT 관계자는 “트래픽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비상대기 등 조치를 했다. (4일 새벽에) 트래픽이 많이 몰리진 않아 네트워크상 별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도 “통신량이 갑작스럽게 늘어나는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추이를 살폈고, 별도의 특이사항은 없었다”고 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계엄령이라는 쇼크가 있다보니 주식시장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며 “정치적 불안정성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여파가 오래 갈 건지에 대해선 아니라고 본다”며 “계엄령이 밤중에 시작해 밤중에 끝나다 보니 실물경제에 영향 준 건 일단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