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관리 업무는 3배, 보상은 160원’…병원약사 씨 마른다

입력 2024-12-0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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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병원약사회, 마약류 관리료 현실화 및 관리자 지정기준 강화 촉구

▲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의료기관 마약류 관리강화 토론회 참석자들이 토의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의료기관 마약류 관리강화 토론회 참석자들이 토의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의료기관 내 마약류 관리를 도맡는 전문 인력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해를 거듭할수록 고도화하는 관리규정과 절차를 현장에서 따라가기 버거워서다. 핵심 인력인 병원약사들은 과중한 업무로 병원을 떠나고,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제도의 결함으로 마약류 관리망을 갖추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 한국병원약사회는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에서 의료기관 마약류 관리강화 토론회를 열고 마약류 관리를 담당하는 약사의 배치 기준과 보상 수준을 현실화할 것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정태 한국병원약사회장은 “5년 미만 병원약사의 이직률은 80%가 넘는다”라며 “의료용 마약류 관리제도 강화되는데, 전담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고 수가도 미미하다”라고 토로했다.

현행 제도는 의료용 마약류를 크게 ‘마약(중점관리 마약류)’과 ‘향정신성의약품(일반관리 마약류)’으로 구분한다. 마약은 중독성이 강한 진통제 펜타닐, 모르핀, 옥시코돈 등이 대표적이다. 향정신성의약품에는 항불안제 로라제팜, 마취제 프로포폴과 케타민, ADHD치료제 메틸페니데이트, 항우울제 에스케타민 등이 포함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3년 기준 마약 185품목, 향정신성의약품 295품목 등 총 480품목을 허가했다.

2018년부터 마약류 취급보고 제도가 도입되면서 모든 마약류의 수출입, 사용, 폐기, 조제, 투약이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을 통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고되기 시작했다. 2021년부터는 사전알리미 제도를 시행해 사용기준을 벗어난 처방을 한 의사에게 부적정 처방 사실을 서면 통보하고 있다. 올해 6월 14일부터는 의사나 치과의사가 펜타닐 성분의 패치나 알약을 처방하기 전, 환자의 최근 1년간 의료용 마약류 투약내역을 확인하도록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약사의 업무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보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마약류 관리료 건강보험 수가는 입원환자 일당 240원, 외래환자 방문당 160원이다. 인건비 보상률은 10% 미만으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마약류 관리자로서 약사의 역할은 의약품 보관, 처방검토, 조제, 투약, 모니터링 등 원내·외 전반을 아우른다.

우선, 마약류 구매 단계부터 약사는 낱개 약품별로 모두 수량, 유효기간, 제조 및 일련번호를 확인하며 정보를 전산에 등록해야 한다. 마약류 저장시설은 주 1회 이상 점검을 시행해 점검부를 작성한다. 점검부는 2년간 보존하며 정기적으로 보관상태를 점검한다. 마약류를 폐기할 때는 도난이나 분실일 경우 법률에 따라 ‘사고 마약류 등의 폐기 신청서’를 작성해 관할 관청에 제출해야 한다. 이 외에 사용하고 남은 잔여 마약류는 약사가 직접 폐기 작업을 실시한다.

윤정이 한국병원약사회 환자안전·질향상 이사(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약제부)는 “1300병상 대학병원의 잔여마약류 폐기량은 일주일 평균 약 300kg으로, 마약은 2000여 건, 향정신성의약품은 2400여 건에 달해 업무량이 어마어마하다”라며 “NIMS 도입 이후 업무량은 일반약 대비 향정신성의약품이 4배, 마약류가 6배 이상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라고 말했다.

마약류 관리자 지정 기준이 허술해, 적지 않은 의료기관이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행 마약류관리법은 병원에 마약류 관리자를 지정해 환자에게 마약을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규정은 마약을 처방하는 의사인 마약류취급자가 4명 이상 있는 의료기관부터 적용된다. 즉 의사가 4명 미만인 의료기관은 마약류관리자를 지정하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의미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식약처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원내에서 마약류를 사용하는 의료기관 가운데 병원의 20%, 요양병원의 18%는 마약류관리자가 없다.

의료기관에서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약사 최소 인원 기준이 법으로 강제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의료법은 의료기관의 환자 안전, 감염 관리 등을 위한 전담 인력 기준은 병상 수에 따라 명기하고 있다. 하지만 약사는 직무에 따른 전담인력 비율이 명시되지 않았다.

제도의 미비로 인한 환자들의 불안감은 상당하다. 이용우 한국복합부위통증증후군환우회장은 “현재 시스템 속에서 일부 환자들이 작정하고 하루에도 여러번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으려고 시도하면, 의료인의 입장에서는 판별할 수단이 달리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인 처방에 집중해 처방을 위축시키고, 마약 쇼핑 자체는 막기 어려운 제도를 적절하다고 할 수 있는가”라고 토로했다.

정경주 한국병원약사회 부회장(용인세브란스병원 약제팀장)은 “마약류 취급 현황만 보고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중독 환자를 식별하고 치료할 수 있는 마약류 사용관리 전문가팀의 중재활동이 필요하다”라며 “국가에서 이런 인력을 배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에 따른 비용 보상 체계를 마련하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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