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출생아 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아동의 발달지연 치료비 관련 실손의료보험 손해액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 개입이 필요한 치료인 만큼 공적 보장제도의 지원을 확대하고 치료서비스의 투명성을 높여야한다는 지적이다.
8일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해외 발달지연 아동 조기개입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실손보험 발달지연 치료비 관련 손해액은 최근 5년간 약 10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소아정신건강의학과 등의 발달치료 전문과가 아닌 비(非)전문과 청구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탓이다. 일부 발달지연 치료비 청구 건의 경우 실손보험의 지급 영역인 ‘의료적 치료’ 기준에 부합하지 않거나, 소위 '사무장 병원'으로 지칭되는 비전문과 부설 치료센터의 변칙적 운영 사례 등이 증가하면서 지급 반환 소송도 제기되고 있다. 장애 수준의 발달지연을 보이는 일부 아동들도 장애 진단을 미루거나, 의료기관에 해당 지급 코드 변경을 요구해 실손보험을 통해 치료비 충당을 하는 등 수요측 모럴해저드도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병원 부설 치료센터의 난립으로 상대적으로 서비스 단가가 저렴한 공공 및 사설 발달치료센터의 치료사들이 병원 쪽으로 유입되면서 치료비 단가가 급증하고 있다. 발달재활서비스 바우처 프로그램이 중단됨으로 인해 발달장애 인구의 치료 공백이 발생하는 문제로까지 확대되는 중이다.
이은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같은 국내 발달지연 치료시장의 왜곡은 조기개입이 필요한 영유아를 위한 공적 보장제도의 공백 속에서 사적 계약에 근거한 실손보험이 발달지연 아동 가입자의 치료비를 전담하고 있는 상황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적보험 의존도가 높은 국내 상황과 대비된다"고 꼬집었다. 실제 미국, 호주, 일본 등 주요국에서는 발달지연 및 발달장애를 하나의 새로운 사회적 리스크로 간주하고, 공적 건강보험이나 복지제도의 틀 안에서 대부분의 치료비용을 지원하는 적극적인 공적 보장제도를 운영 중이다.
그는 "국내 발달지연 및 발달장애 아동의 치료비 부담을 가족의 부담과 민영보험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제도는 개선의 필요성이 있고 공적 제도를 통한 보장 확대를 위한 다양한 방법의 검토가 필요하다"며 "증가하는 치료서비스 수요에 대응해 치료사 인력의 육성과 전문성 검증을 위한 교육 과정 및 자격증 제도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