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農亡법" 외쳤는데…양곡법 거부권 무산 위기

입력 2024-12-1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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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시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저온저장고에 보관 중인 쌀. (연합뉴스)
▲경기도 용인시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저온저장고에 보관 중인 쌀. (연합뉴스)

17일 대통령 재의요구 시한…계엄·탄핵정국에 불확실성 커
尹대통령 “국정운영에 관여 않겠다”…야당 뜻대로 시행될 가능성↑

정부가 농업을 파탄시킬 수 있다며 강력 반대하고 있는 야당 주도의 양곡법 개정안 등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4개 법률안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 재의요구(거부권) 행사 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현재로선 야당이 원하는 대로 해당 법안이 시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태에 책임을 지고 국정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한 만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크다.

11일 정부부부처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법 개정안 등 4개 법안은 이달 6일 정부에 이송 완료된 상태다.

현행법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이 정부에 이송된 이후 14일 내 국무회의를 열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정부는 4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 관련 국무회의 개최 시한을 이달 17일 정도로 보고 있다. 17일이 지나면 국회 재의결 없이 4개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대로 시행되는 셈이다.

그간 농식품부는 야당 단독의 4개 법안을 '농망(農亡) 4법'이라고 비판하며 대통령 거부권을 관철시키겠다고 강조해왔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정부 입장 브리핑에서 "4개 법안은 제도적으로 시행이 곤란할 뿐만 아니라 설사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타법률 및 기존 제도와의 충돌, 국제 통상규범 위반, 수급 불안 심화, 막대한 재정 부담 등 농업·농촌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양곡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쌀 과잉생산을 고착화해 쌀값 하락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개정안은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것은 물론 양곡의 시장가격이 평년가격(공정가격)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차액을 지급하게 하는 것이 골자다.

송 장관은 "4개 법률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법률을 집행하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재의요구를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강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작년 4월 양곡법 개정안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그러나 비상계엄 사태와 이로 촉발된 탄핵정국으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이 상실되면서 송 장관의 재의요구 요청은 안갯속으로 빠지게 됐다.

윤 대통령은 7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책임을 지고 국정에 손을 떼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거부권 행사도 여기에 해당된다. 물론 탄핵 부결 지속 시 헌법상 대통령 직무권한이 유지돼 거부권 행사가 가능하지만 자칫 이에 나설 경우 국민적 지탄이 극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윤 대통령으로는 큰 부담이다. 국정 미관여 약속과 달리 물밑에서 국정을 운영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14일 2차 탄핵표결이 가결되면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돼 총리가 거부권을 행사 할 수 있지만 이행되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 한 관계자는 "불안한 정국을 수습해야 하는 상황에서 17일 국무회의를 열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성난 민심을 더 자극할 수 있어 어려울 것"이라며 "너도 나도 쌀농사를 뛰어들게 만드는 양곡법 개정안의 부작용이 큰데 탄핵 정국에 희석돼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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