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위기 속 재계, '재무통' 역할 커졌다

입력 2024-12-1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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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국 등 복합 위기 속 재무통 출신 인물들 약진
'곳간 지기' 넘어 그룹 위기 극복 위한 '소방수' 역할까지
삼성 최윤호 사장, 경영진단실장으로
재무통 출신들, 그룹 내 위기 겪는 계열사로 이동

▲최윤호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장 사장 (사진제공=삼성글로벌리서치)
▲최윤호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장 사장 (사진제공=삼성글로벌리서치)

최근 연말 인사가 마무리된 가운데, 주요 그룹 내 재무통들이 핵심 보직으로 이동 및 승진하는 등 약진했다. 경기 침체 장기화 속에 미중 패권 경쟁 과열, 트럼프 리스크, 중국의 저가 공세 등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곳간지기' 역할을 수행했던 인물들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분석이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재무통들은 불황 속 곳간을 관리하는 '곳간지기' 역할을 넘어 그룹 위기를 관리하는 '소방수' 역할까지 그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탄핵 정국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란 우려 속에 재무통들의 역할은 더욱 막중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은 대표적인 재무통 출신 최윤호 사장에게 삼성글로벌리서치 내에 신설된 경영진단실을 맡기며 그룹의 위기 극복 선봉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경영진단실은 삼성 주력 사업의 전략 수립·실행을 총괄하는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삼성물산 설계·조달·시공(ECP)경쟁력강화 TF, 삼성생명 금융경쟁력제고 TF 등과 함께 삼성 컨트롤 타워의 핵심축이 될 전망이다.

삼성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계열사의 사업경쟁력 제고와 경영 건전성 확보 미션을 수행하게 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에선 반도체 부문의 경영전략을 짜는 사장급 보직도 생겼는데, 역시 재무통 김용관 사업지원TF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맡게 됐다.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 (사진제공=현대차그룹)

SK그룹은 중간 지주사인 SK디스커버리 수장에 재무 출신인 손현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사장을 내세웠다.

현대차그룹은 기아 재경본부장 출신 주우정 사장을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인사로 내정했다. 주 사장은 현대차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통'이다. 현대차그룹은 "실적 부진 타개와 함께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 전반의 체질 개선을 가속화할 예정"이라며 선임 이유를 밝혔다.

GS그룹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한 홍순기 ㈜GS 대표이사 사장을 부회장으로 내정했다. 그룹 내 최고 재무통을 유일한 부회장으로 내세운 것이다. GS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어떤 외부 충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그룹 전반의 내실을 더 견고히 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홍순기 GS 신임 부회장 (사진제공=GS)
▲홍순기 GS 신임 부회장 (사진제공=GS)

CJ그룹은 '재무통' 허민회 CJ CGV 대표를 지주사 CJ 경영지원 대표로 선임했다. 허 대표는 경영난을 겪는 계열사를 주로 맡으며 소방수 역할을 해왔는데, 이번에는 그룹 전체적인 재무와 실적 개선을 책임지게 됐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주사 재무지원실장인 송명준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시키며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HDC그룹도 '재무통' 정경구 HDC 대표를 건설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의 수장으로 임명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경영 환경이 다소 어렵고 위기의 터널을 건너갈 때는 재무 출신들이 더욱 전면에 나서 인적 구조조정을 비롯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등 비용 등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며 "올 연말 인사에서도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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