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중도인출 6.4만명…52.7% "주택 구입"
IRP 적립금 76조·구성비 2.6%p↑…역대 최대
원리금보장 줄고 실적배당 늘고…증시호조 영향
지난해 퇴직연금 중도인출 인원이 1년 전보다 3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절반이 주택구입 목적으로 연금을 뺐다.
통계청이 16일 발표한 '2023년 퇴직연금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한 사람은 6만4000명으로 전년대비 28.1% 증가했다. 중도인출 사유 구성비는 인원 기준으로 주택 구입이 52.7%로 가장 높았고, 주거 임차(27.5%) 회생 절차(13.6%)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5년(56.3%)과 2021년(54.4%)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연령별 중도인출 사유는 20대 이하는 주거 임차, 나머지 연령대는 주택 구입 목적이 가장 많았다. 주거 임차와 주택 구입을 합산하면 중도인출자 10명 중 8명(80.2%)이 집을 위해 퇴직연금을 활용한 셈이다.
특히 지난해 중도인출 비중(28.1%)은 2022년(-9%) 이후 1년 만에 증가 전환한 것으로, 고금리 장기화 탓에 대출보다 부담이 적은 퇴직연금을 활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해 주택시장이 활발하지는 않았는데 금리가 워낙에 높았다"며 "고금리로 대출을 받기보다는 퇴직연금을 쓰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중도인출 금액은 1년 전보다 40.0% 증가한 2조4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중도인출 금액 기준 구성비도 주택 구입(62.4%), 주거 임차(25.2%), 회생 절차(6.0%) 순으로 높았다.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액은 전년대비 13.9% 증가한 381조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퇴직연금 적립금액은 관련 통계 작성 이래 10%대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제도유형별 구성비는 확정급여형(DB·53.7%), 확정기여형(DC·25.9%), 개인형 퇴직연금(IRP·20.0%) 순으로 높았다.
특히 IRP 구성비는 전년대비 2.6%포인트(p) 증가해 증가율은 역대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IRP 가입자는 전년대비 7.0% 증가한 321만5000명, 적립금액은 30.9% 증가한 76조 원으로 적립금은 역대 최대치다. 작년 IRP 세액공제 한도가 연 700만 원에서 900만 원으로 확대된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운용방식별로는 원리금보장형이 전년대비 5.1%p 감소한 80.4%로 가장 비중이 높았다. 다음으로 비중이 높은 실적배당형(12.8%)과 대기성(6.8%)은 1년 전보다 각각 1.6%p, 3.5%p 증가했는데, 당시 양호한 증시에 따른 영향으로 해석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2022년 대비 2023년 코스피 지수가 많이 증가해서 원리금보장형에서 실적배당형으로 많이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퇴직연금 도입률은 대상 사업장 162만5000개소 중 42만9000개소가 도입해 전년대비 0.4%p 감소한 26.4%로 나타났다. 통계청 관계자는 "정부가 운영하는 푸른씨앗(중소기업퇴직연금) 도입 기업이 늘어난 영향"이라며 "퇴직연금과 유사한 타 제도를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른씨앗은 퇴직연금 가입률이 낮은 30인 이하 중소기업 근로자 노후 준비를 위해 도입된 공적 퇴직연금제도다.
산업별 도입률은 보건사회복지업이 61.1%로 가장 높았고, 금융보험업(57.0%), 제조업(36.3%), 교육서비스업(35.3%) 등의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