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태로 백화점 방문도 하락 …신세계ㆍ현대도 예의주시
환율 리스크에 외식물가ㆍ원재료 훌쩍…식품업체들도 긴장
비상계엄령발 탄핵정국 이슈로 원ㆍ달러환율이 1400원대에 고착화되는 등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주요 유통기업들이 내년도 경영전략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를 놓고 막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찌감치 내년 경기가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에 적극적인 투자에 따른 경쟁력 제고 의지를 밝혀왔으나 최근에는 추가 리스크에 대비해 안정화된 전략을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고개를 들고 있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내달 중순 신동빈 회장이 주재하는 2025 상반기 VCM회의(Value Creation Meeting, 옛 사장단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최근 2년 간 일정(23년 1월 12일, 2024년 1월 18일)을 감안하면 올해에도 1월 셋째주 전후에 개최할 가능성이 높다. 신 회장이 한 해의 경영전략을 밝히는 자리인 만큼 정국발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 대비책이 거론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지난달 역대급 쇄신 인사를 단행한 롯데그룹은 '본격적인 새판짜기' 원년을 앞두고 발생한 정국 불안에 국내 경기와 글로벌 이슈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경영전략은 위기 대응에 방점을 둔 기존과 동일하다"면서도 "일단 향후 국내 상황과 관련해 금융시장 동향과 내수·거시 경제 움직임을 살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도 탄핵정국 대응에 골몰하고 있다. 당장 매출 등에 있어 구체적인 변화는 없지만 연말연초 성수기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다.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가 티앱과 함께 매주 발표하는 '리테일 트래픽' 추이를 보더라도 상황은 예년 연말 같지 같다. 티맵과 메리츠증권이 집계한 백화점 3사(신세계·롯데·현대) 점포별 이동 차량 추이에 따르면 비상계엄 이후인 8일과 15일 트래픽 성장률은 전년 대비 각각 -26%, -1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당장 그룹이나 각 계열사의 경영전략이 바뀌거나 한 것은 없다"면서도 "내년 미국 트럼프 2기 출범과 국내 경기 침체 등이 일찌감치 예고된 만큼 이미 보수적 관점에서 사업방향을 진행하고 있었던 만큼 향후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는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품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원재료 공급 부담이 높아지면서 여느 업계보다 긴장감이 높다. 연말임에도 계엄사태 등을 맞아 '생계형 소비'로 분위기가 전환된 데다 대다수 식품업체들이 원재료를 해외에서 공급받아 사용해 환율 상승 악재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그나마 해외 공장에서 생산하는 대형 업체들은 상황이 낫지만 국내에서 제조해 해외로 수출하는 중견ㆍ중소기업 타격이 더 클 가능성이 높다. 한 식품사 관계자는 "만약 불확실성이 더욱 커져 환율이 1500원대까지 치솟게 된다면 버티지 못하는 업체들도 생겨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농심은 부산 녹산 수출공장 건립 등 이미 결정된 사업 외에 신규 투자 계획 수립을 잠정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측은 "결정된 사업은 당초 계획대로 진행하되 향후 (정국) 상황에 따라 추가 투자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