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점수 미달 키오스크 다수…버거킹·CGV·메가박스 등 불편
GTX-A·롯데리아 등 최고점…기술력으로 접근성 해결 뒷받침
코로나19를 계기로 국내에서 무인정보화기기(키오스크) 이용이 급격히 늘고 있다. 하지만 고령층과 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정보 접근성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특히 대중교통과 카페, 영화관 등 시중에 설치된 키오스크 중 상당수는 취약계층이 이용하기에 접근성이 부족한 것으로도 조사돼 꾸준한 시설 개선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키오스크 보급 현황은 2021년 21만33대에서 2022년 45만4741대, 2023년 53만6602대로 늘어 2년 만에 155.5% 증가했다. 키오스크가 빠른 속도로 배급된 배경에는 코로나19 확산이 있다. 코로나 전염을 낮추기 위해 비대면 거래 수요가 늘고 최저임금 등 인건비 부담을 덜려는 식당이나 커피숍, 극장 등 생활시설에서 키오스크가 빠르게 확산했다.
다만 키오스크의 확산은 부작용도 불러왔다. 정보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고령층과 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불편함이다. 실제 보건복지부의 2020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키오스크 등 정보화 기기를 통해 이뤄지는 기차, 고속버스, 시외버스 등의 예매에서 고령층 중 58.3%가 정보화 기기를 통해 교통수단 예약을 해봤고 이들 중 60.4%가 불편함을 경험했다. 고령층이 식당 주문에서 불편함을 느낀 조사에서는 64.2%로 불편함을 느낀 고령층이 좀 더 많았다.
키오스크 이용 경험에 대한 고령층의 불만족은 서울디지털재단이 올해 6월 내놓은 실태조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키오스크 보급이 확산하면서 이용 경험이 있는 고령층은 2021년보다 11.3%포인트(p) 오른 57.1%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55~64세는 79.1%(10.1%p↑), 65~74세는 50.4%(21.0%p↑), 75세 이상은 19.1%(5.3%p↑)가 키오스크를 이용했다. 특히 65~74세 연령 구간에서 이용 경험률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키오스크 이용 중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는가’에 대해 고령층은 59.6%, 장애인은 60.9%가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모두 작동법의 어려움보다 ‘뒷사람 눈치가 보여서’(53.6%)를 가장 많이 지적했다. 이어 ‘선택사항 적용이 어려워서’(46.3%), ‘용어가 어려워서’(34.0%)가 뒤를 이었다. 디지털 기기와 용어가 익숙지 못하니 이용에 버벅대고 시간이 지연되니 자연스레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접근성평가연구원이 내놓은 키오스크 접근성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시중에 설치된 키오스크 중 접근성 기능이 미흡한 기기들이 다수 있어 취약계층의 이용을 더 어렵게 한다. 연구원은 8월부터 11월까지 6개 식음료 프랜차이즈 128개 매장, 극장 3개 체인 28개 매장, 기차 5개 역, 전철(경전철 포함) 15개 노선 160개 역사, 버스터미널 1곳 등 총 328개 키오스크의 접근성 기능을 조사했다. 접근성 평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시에 따른 검증기준을 적용해 10개 대원칙 내 30여 세부 항목에 대해 전문가 평가로 이뤄졌다.
우선 대중교통의 경우 티켓 발권 키오스크 172대의 평균 접근성 점수는 100점 만점에 65점을 기록했다. 철도나 버스, 지하철과 경전철 노선별 도입한 대표 키오스크 종류에 따라 점수가 엇갈렸다. 대중교통 내 설치된 키오스크 기기는 종류만 18종에 달한다.
일례로 2016년 말 개통한 수서고속철도(SRT)의 경우 개통 시기가 늦은 만큼 점수가 높을 거라 예상됐으나 경강선, KTX스탠드와 더불어 가장 낮은 57점에 그쳤다. SRT 키오스크는 회색 배경에 흰색 글씨를 사용해 명도 대비가 낮게 제공하거나, 선택된 항목의 테두리 색만 변경해 인지가 어렵고 조작부가 튀어나와 있어 휠체어 사용자의 화면 조작이 쉽지 않은 게 문제로 지적됐다. 휠체어 사용자의 조작 문제는 다수 기기에서도 공통으로 꼽힌 개선 사안이다.
이들 노선 외 지하철 1호선 일부와 수인분당선 키오스크가 간신히 ‘과락’ 수준에 걸치는 60점을 기록했다. 아울러 지하철 1호선 일부와 9호선 일부, 2~8호선은 모두 같은 66점으로 평균치보다 1점 더 높았다. 이들 노선의 키오스크가 같은 점수를 얻은 것은 기종이 ‘B’타입으로 모두 동일해서다. 해당 기종은 다수 평가 항목에서 평균치 수준의 점수를 얻었으나 휠체어 접근성은 0점에 그쳤다.
대중교통 중 가장 높은 점수는 83점으로 GTX-A가 차지했다. 카드 투입구 및 스캐너에 투입 가이드가 적합하게 제공되고 화면 하단에 시간 연장 버튼과 남은 시간이 표시되며 물리 키패드를 적용하는 등 다양한 평가 항목에서 만점에 근접한 평가를 받았다.
생활시설 내 설치된 키오스크 평가에서는 롯데리아와 롯데시네마 등 롯데그룹 계열사와 맥도날드가 두각을 보였다. 식음료 주문 및 영화 발권 키오스크 12종 145개의 평균 접근성 점수는 68점으로 집계됐다.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중 롯데리아는 음성형 87점, 일반형 74점, 맥도날드가 79점으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KFC의 경우 음성형에서는 81점으로 이들과 유사했으나 일반형(62점)의 접근성이 떨어졌다. 아울러 버거킹은 57점으로 낙제점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됐다. 버거킹 키오스크는 메뉴 카테고리 간격이 불충분하고 장바구니·쿠폰 및 영양 정보가 명도 대비 미달했다.
카페 프랜차이즈 중에선 투썸플레이스가 커피빈을 단연 앞섰다. 투썸플레이스는 음성형 81점, 일반형 70점인 반면 커피빈은 55점에 그쳤다. 투썸플레이스에 설치된 키오스크는 화면에 표시되는 컨트롤을 구별하기 쉬웠고, 대체로 큰 크기의 글씨로 정보가 제공되어 인식 용이성이 높게 평가됐다. 커피빈은 숫자 패드 크기 등은 양호했으나 시력보완과 인지능력 보완 항목에서 평균 점수에 크게 못 미쳤다.
영화 체인 중에서는 72점을 기록한 롯데시네마가 CGV와 메가박스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 CGV와 메가박스는 모두 51점을 기록하며 생활시설 내 키오스크 중 가장 낮은 점수를 얻었다.
한편 생활 전반에 키오스크 도입이 빠르게 증가하는 만큼 정부 역시 취약계층의 키오스크 이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하고 있다. GTX-A에 설치된 키오스크와 같이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면 접근성을 제고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월부터 고령층과 장애인 등 정보 접근성이 보장된 키오스크를 쉽게 제작할 수 있는 ‘키오스크 UI 플랫폼’의 서비스를 시작했다. 앞서 작년에는 고령층·장애인 등 모든 국민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키오스크를 만들 수 있도록 UI 가이드 원칙도 수립했다.
지난해 초 개정된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도 장애인과 고령층의 키오스크 이용 편의를 담고 있다. 개정안에 따라 장애인 활용성을 높인 ‘배리어 프리 키오스크(Barrier-Free Kiosk)’ 도입이 의무화돼 올해 1월부터 공공, 교육, 의료, 금융기관 및 교통시설을 운영하는 자에 우선 적용하고, 7월부터 100명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자에, 2025년부터는 상시 100명 미만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자에 적용한다. 아울러 이전에 설치된 키오스크는 2026년 1월까지 전부 교체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