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효과ㆍ신차 사이클 진입 따른 긍정적 전망도
내년 현대차ㆍ기아의 합산 영업익 30조 원 상향
신차 18종 출시 통해 글로벌 점유율 확대 기대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올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올해를 정점으로는 내년부터는 실적이 하락할 것이란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우려가 제기된다. 하지만 환율 효과와 신차 사이클 진입을 통해 내년에도 호실적을 이어갈 것이란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연간 합산 예상 매출액은 전년 대비 6.6% 증가한 279조9102억 원, 예상 영업익은 5.5% 증가한 28조192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 매출액과 영업이익으로, 2022년부터 3년 연속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올해를 정점으로 내년부터는 현대차·기아의 실적이 하락세로 전환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경기침체에 따른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자동차 수요 감소와 북미 등 주요 수출시장의 재고 증가에 따라 수출 위축도 전망된다. 보편 관세 부과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대내외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기아가 고환율에 따른 수혜와 공격적인 신차 출시를 통해 내년에도 호실적을 이어갈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도 동시에 제기된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오전 10시 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65원에 거래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60원을 넘긴 것은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은 원·달러 환율 10원당 각각 약 2800억 원, 2200억 원 변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환율 기조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이면서 현대차·기아의 환율 수혜도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일부 증권사는 현대차·기아의 내년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내년 현대차·기아의 합산 영업익 추정치를 기존 29조1000억 원에서 7% 올린 30조 원으로 조정했다. 이는 올해 연간 예상 영업익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4년 연속 최대 실적을 기대하게 하는 전망치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기아 합산 기준으로 글로벌 매출액 중 45% 이상이 달러에 노출되어 있는 특성상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완성차 이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최근 환율을 반영해 2025년 기말환율을 기존 1280원에서 1360원으로 조정할 경우 현대차·기아의 합산 영업익은 30조 원으로 상향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기아가 내년에 약 18종의 신차를 내놓는 신차 사이클에 진입한다는 점도 긍정적 전망에 힘을 싣는다. 특히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제네시스 브랜드 등 고수익 차종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현대차는 내년 첫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 9을 내년 초 국내를 시작으로 미국과 유럽 등에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가 6년 만에 선보이는 대형 플래그십 SUV 팰리세이드도 내년 글로벌 시장에 본격 판매되며, 내년 상반기에는 수소 전기차 넥쏘의 후속 모델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제네시스의 대형 세단 G90과 전기차 GV60의 부분변경 모델도 출시될 예정이다.
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대형 전기 SUV인 EV9의 고성능 모델 EV9 GT를 내년 상반기 국내 출시한다. 인도 시장을 비롯한 아태, 중남미 시장에는 콤팩트 SUV 시로스를 선보인다. 보급형 전기차 라인업도 확대하고 나선다. 세단형 전기차 EV4와 SUV형 전기차 EV5를 잇달아 출시할 계획이다. 내년 하반기에는 첫 번째 목적기반차량(PBV) 모델인 PV5를 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