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헝가리·슬로바키아 등 반발…보복 예고도
러시아 “우크라 우회 경로 이용하겠다”
친서방 몰도바는 가스 공급서 제외
유럽 가스 가격 올해 48% 급등
28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우크라이나가 내달 1일부터 러시아산 가스 운송을 중단하면 보복 조치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피초 총리는 페이스북에 게재한 영상에서 “내년 1월 1일 이후 우린 우크라이나에 대한 상호 조치 가능성을 검토할 것”이라며 “(계약 종료를) 피할 수 없다면 우린 우크라이나가 전력망 고장 시 급히 필요할 수 있는 전기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경고는 우크라이나가 유럽으로 향하는 러시아산 가스 운송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 따른 조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근 “그들에게 우리의 피를 통해 수십억 달러를 더 벌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산 가스가 유럽 전역에 들어가려면 우크라이나를 지나야 하는데,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후 슬로바키아, 헝가리,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러시아산 가스를 받아오던 EU 회원국들은 우려를 표명하며 우크라이나가 가스 운송을 계속 허용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특히 러시아산 의존도가 높은 슬로바키아가 크게 반발했다.
그러자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국영방송과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우회하는 대체 경로를 통해 유럽에 천연가스를 공급할 준비가 됐다”며 유럽 국가들에 손을 내밀었다.
동시에 친서방 정책을 펼치는 몰도바를 향해선 당장 내달 1일부터 가스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몰도바는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를 통해 러시아산 가스를 받고 있었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은 성명에서 “몰도바가 채무를 갚지 않은 탓에 내년 1월 1일 오전 5시부터 가스 수출을 중단한다”며 “우린 몰도바와의 공급 계약을 종료하는 것을 포함해 모든 조치를 할 권리가 있다”고 공표했다.
공급 중단의 명목상 이유는 채무였지만, 우크라이나가 운송 계약 연장을 거부한 상황에서 러시아가 겨울철 에너지 공급을 놓고 서방과 우크라이나를 갈라서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도 “러시아 관리들은 유럽이 자국 가스 산업에 의존하는 것에 대해 자신감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며 우려를 전했다.
유럽 가스 가격은 올해 48% 급등했다. 한파로 인해 가스 매장량이 감소한 데다 지정학적 변수로 공급 감소가 전망되면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던 2022년보다는 훨씬 낮은 가격이지만, 여전히 가계와 제조업계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높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설명했다.
싱크탱크 유럽정책연구센터(CEPS)의 크리스티안 에겐호퍼 수석 연구원은 “우크라이나의 인프라 위험 문제는 외교적 논의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운송을 허용하는 것이 본인에게 생명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