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내 신축(준공 연령 5년 이하) 아파트 몸값 상승세가 빠르게 식고 있다. 지난해 새 아파트 수요에 불이 붙으면서 가파른 아파트값 상승세를 보였고, 급기야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아파트)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지만, 아파트값 침체가 본격화하자 내림세가 가팔라진 것이다.
1일 한국부동산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넷째 주(12월 23일 기준) 서울 내 신축 단지 가격 변동률은 0.01%로 집계됐다. 지난달 셋째 주에는 모든 준공 연령대 가운데 유일하게 신축만 0.01% 하락하는 등 상승세가 빠르게 식고 있다.
월간 집계 기준 지난해 11월 서울 신축 상승률은 0.18%로 모든 준공 연령대 가운데 두 번째로 낮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가장 많이 오른 ‘준공 10년 초과~15년 이하’ 단지 상승률 0.30%와 비교하면 60% 수준에 그쳤다.
이런 신축 몸값 상승 폭 둔화는 상황은 지난해 10월 이전과 비교하면 정반대다. 지난해 7월과 8월 서울 신축 상승률은 각각 2.34%와 2.25%로 서울 내 전 준공 연령대 중 1위를 기록했다. 집값 상승 폭 둔화가 시작한 지난해 9월까지도 신축은 1.14% 올라 유일하게 1% 이상 상승률을 보인 바 있다.
최근 서울 신축 가격 급랭은 앞서 구축보다 더 많이 오른 신축 가격 급등과 아파트 거래량 급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 신축 단지값 하락 폭이 더 큰 것은 지난해 신축 단지값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오른 기저효과 영향이 크다”며 “아파트값 변동률 지수는 호가와 실거래가격이 함께 반영되므로 앞서 많이 올랐던 호가가 최근 조정되는 과정에서 하락했을 것이고 실거래가도 더 오르지 못하면서 하락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아파트 신고가 거래 중 신축 단지 거래는 이날 기준으로 한 건도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에는 2021년 완공된 대치동 ‘대치르엘’과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 등에서 무더기로 신고가 기록이 쏟아진 바 있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말 입주를 개시한 1만2032가구 규모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영향으로 주변 신축 단지인 ‘고덕아트레온’과 2018년 준공한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전셋값 내림세도 포착됐다. 전셋값이 약세를 지속하면서 서울 내 신축·준신축 단지 몸값 약세로 번진 셈이다.
다만 올해 역시 서울 내 실수요자의 신축 선호 경향은 여전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를 시작으로 내년 이후까지 공급 부족이 확실시되면서 새 아파트 수요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부동산R114 통계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총 26만3330가구로 2024년 36만4058가구 대비 10만 가구 이상 적다. 이는 전년 대비 28% 줄어든 수준이다. 서울은 지난해 2만7877가구보다 4462가구 늘어난 3만2339가구로 입주물량은 늘어나지만, 수요 대비 소폭 증가에 그친다.
윤 위원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신축 선호도 자체가 꺾일 가능성은 작다”며 “신축 단지 몸값 조정 추세는 많이 오른 고가 단지는 소폭 하락하고 조금 저렴했던 신축 단지는 소폭 오르는 정도로 가격이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