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공감이 아닌 통감의 자세

입력 2025-01-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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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석주 기자 ssp@)
(송석주 기자 ssp@)
노벨 주간 첫 공식 기자간담회에서 한강 작가에게 쏟아진 질문은 ‘문학’이 아니라 ‘계엄’이었다. 고국의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에 관한 질문에 그는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라며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言路)를 막는, 그런 방식으로 통제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 작가에게 국제적 명성을 가져다준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는 모두 계엄 상황을 바탕으로 한 증언문학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 작가는 ‘소년이 온다’를 집필하기 위해 1979년 말부터 진행된 계엄 상황에 관해 공부했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쓰게 된 배경 역시 ‘소년이 온다’ 집필 이후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 있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였다. 한 작가는 “두 소설은 하나의 짝인 셈인데, 더는 안 하고 싶다”라며 “이제 생명에 관한 밝은 소설을 쓰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왜 역사적 비극을 소설로 쓰고 싶지 않을까. 한 작가의 문학 세계를 관통하는 단어는 통감(痛感)이다. ‘마음에 사무치도록 느낀다’라는 이 단어는 단순히 타인의 감정에 동의한다는 공감(共感)과는 결이 다르다. 그는 늘 타자의 고통에 깊이 천착했다. 그 고통을 전시하거나 중계하지 않고, 자신의 고통으로 환원해 소설의 형태로 산출했다.

고통을 경험하는 모든 감각을 사용해 글을 쓴다고 밝힌 한 작가가 더는 역사적 비극을 소설로 쓰고 싶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통감을 바탕으로 한 소설을 완성하기가 너무 힘든 것이다. 하지만 타인의 고통을 마음에 사무치도록 느끼며 완성한 문학은 치유와 연대를 가능하게 한다. 결국 역사적 비극을 다룬 소설이든, 생명에 관한 밝은 소설이든 그의 언어는 늘 고통받는 인간을, 요동하는 생명을 향해 팔을 벌리고 있을 것이다.

정치적으로 어수선한 시기에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179명의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온전한 시신이 5구밖에 없다는 당국의 발표에 유가족들은 오열했다. 불의의 사고가 우리의 일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는 바로 통감이다. 통감을 바탕으로 끝까지 기억하려는 노력이 사고의 재발을 막고, 희생자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게 하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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