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톡!] 경제혁신 촉진하는 IP 금융

입력 2025-01-0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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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주 삼성벤처투자 투자심사역·변리사

특허와 같은 지식재산을 바로 현금화할 수 있을까? 이는 어떤 기업에는 생존과 성장에 직결되는 실질적 질문이 될 수 있다. 전통적으로 특허는 연구개발(R&D) 결과물에 대한 독점 배타권을 통해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막고 기업의 비즈니스를 보조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오늘날, 특허권은 단순한 조연의 역할에서 벗어나 자금을 조달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의 중요 자산이 되었다. 기술 중심의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은 부족한 사업 자금을 마련하고, 이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특허를 활용하고 있다.

지식재산을 활용한 금융 활동을 지식재산 금융(IP 금융)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1800년대에 발명왕 에디슨이 백열전구 특허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해 제너럴 일렉트릭(GE)을 설립했다. 이처럼 지식재산과 금융의 접목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루어졌으며, 오늘날 미국에서는 그 범위가 더욱 확대되었다. IP 담보 대출은 물론, IP를 매집해서 로열티 수익을 창출하는 IP 매집 펀드, 특허 소송 자금 조달 및 투자, 그리고 IP 옥션과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IP 금융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 IP 금융은 기업이 보유한 지식재산의 가치를 평가한 뒤 이를 기반으로 담보 대출, 투자, 보증 등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13년 금융위원회와 특허청의 협력을 통해 추진되기 시작했다.

2018년에는 IP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IP 가치 평가 지원사업, 우수 IP 보유 기업 대상으로 한 투자 펀드 조성, 그리고 IP 담보 대출 부실 발생을 해결하기 위한 담보 IP 회수 지원 사업 등이 진행되었다. 이러한 제도적 기반과 지원 덕분에 초기 738억 원에 불과했던 국내 IP 금융 시장 규모는 2024년 중반에 이르러 10조 원을 돌파하며 큰 성장을 이루었다.

중국도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IP 금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기술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특허와 상표권을 합법적 자산으로 인정하고 이를 담보로 2024년 상반기에만 약 78조5000억 원의 대출을 집행했다. 유럽은 비교적 신중한 접근을 보이고 있지만, IP 가치 평가의 표준화를 논의하며 시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IP 집약 산업이 전체 산업의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IP금융 활성화를 위해 금융권과 업계의 낮은 인지도, 2차 시장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IP 금융은 단순히 지식재산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 기업 성장과 경제 활성화의 중요한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IP 금융이 활발한 국가들은 이를 통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며 경제 전반의 혁신을 촉진하고 있다. 한국 역시 IP 금융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정책적 지원과 금융기관의 전문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특히 IP 가치 평가의 표준화와 2차 시장 활성화를 통해 IP 금융이 보다 신뢰받는 금융 상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고은주 삼성벤처투자 투자심사역·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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