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명의도용으로 인한 변경 신고…필수 서류 규정 존재하지 않는다“
명의를 도용당한 피해자에게 그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는 이유로 사업장의 대표자 명의변경 신청을 거부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처분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양상윤 부장판사)는 명의 도용으로 보험료가 부과된 원고 A 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국민건강보험료 부존재 확인 청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원고 A 씨는 B가 실사업자인 사업장의 사업자등록 명의자다. 피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7년 6월부터 2019년 4월까지 해당 사업장에 매월 보험료를 부과했으나 A 씨는 기한 내 납부하지 않았다. 이에 국민건강보험은 A 씨 소유의 건물과 예금채권을 압류했다.
김포세무서장은 2019년 9월 사업장 실사업자는 A의 명의를 차용한 B라며 앞서 A에게 부과했던 부가세를 취소했다. 또한 2017년 4월 기준 사업장 대표자 명의를 B로 소급 변경했다. 이후 근로복지공단 부천지사장은 2023년 5월 김포세무서장과 같은 이유로 2017년 6월 기준 사업장 대표자 명의를 B로 소급 변경했다.
이에 A 씨는 “B가 명의를 도용해 사업을 했음이 밝혀졌고 김포세무서와 근로복지공단도 사업주 명의를 B로 변경했다”며 2017년 4월 기준 B로 사업장 대표자 명의를 소급 변경 해달라는 취지의 변경신고서를 건강보험 사업장에 제출했지만, 반려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은 “명의도용에 관한 자료 보완이 필요하며 제출되지 않는다면 변경 신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후 A 씨가 추가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변경신고에 대한 거부처분을 내렸다.
A 씨는 “사업자등록 명의를 도용당했거나 적어도 지위를 이용한 강요 또는 기망에 의해 명의가 이용된 것”이라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사업장의 대표자 명의를 B로 변경해야 함에도 거부처분을 했기 때문에 위법하다”며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명의도용으로 인한 변경신고와 관련해서는 신고서상 필수적으로 첨부해야 하는 서류에 대한 규정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으므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A 씨가 제출한 서류를 기준으로 심사하고 수리 여부를 결정했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내부 업무처리기준에 불과한 ‘명의도용으로 인한 대표자 변경의 경우 명의도용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공적자료를 필수적으로 제출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거부처분을 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재판부는 “단순히 명의도용 사실을 증명할 공적 자료 미제출을 이유로 명의변경을 거부한 처분은 적법한 사유가 없어 위법하다고 할 것”이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