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지고, 느끼는 체험형 콘텐츠 중요
스크린 상한제 도입…개인화된 경험 충족
공연시장 전체 매출액이 영화시장을 2년 연속 앞지른 가운데 팬데믹 이후 문화 소비 트렌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비대면 문화가 확산했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은 직접 보고, 만지고, 체험하는 콘텐츠에 대한 열망이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5일 영화·공연 업계에 따르면, 2024년 공연시장 전체 매출액은 1조4421억 원으로 영화시장 매출액(1조1945억 원)을 앞질렀다. 두 시장의 매출액 격차는 대략 2500억 원 수준이다. 첫 매출액 역전 현상이 있었던 2023년(82억 원)보다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 같은 매출액 격차의 주요 원인으로 극장의 위기가 꼽힌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OTT가 극장을 대체했지만, 대면 문화로 꼽히는 콘서트·뮤지컬·연극 등을 대체할 만한 콘텐츠는 없었다. 코로나19가 끝나고 소비자들은 대면 문화에 대한 욕망이 폭발했고, 이른바 '보복 소비 심리'가 작동하면서 공연시장이 급격히 성장했다.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공연을 여러 번 관람하는 '회전문 관객'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점도 매출액 상승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책 '트렌드 코리아 2025'의 저자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올해 소비 트렌드로 '물성매력'을 꼽기도 했다. 물성매력이란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손에 잡히는 매력을 발산하는 재화와 서비스에 끌린다는 개념이다. 물리적으로 반복 관람이 어려운 공연 콘텐츠가 물성매력에 이끌리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정확하게 겨냥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극장 업계 역시 4DX, IMAX, 굿즈 이벤트 등 소비자들에게 고급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영화관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소비자들을 유인하는 대책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이제 영화관은 미술관처럼 일부 영화광들이 향유하는 공간으로 변할 것 같다"라며 "극장 업계에서 재개봉 등 여러 이벤트를 선보이고 있지만, 문자 그대로 이벤트에 불과하다. 근본적은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개인화된 소비 경험을 극장이 제대로 충족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가령 넷플릭스 등 대부분의 OTT 플랫폼은 알고리즘을 통해 구독자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구독자에게 그에 맞는 장르를 추천하면서 영화 경험을 확장해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극장은 스크린 독과점 현상으로 인해 일부 상업영화가 전체 상영관을 독식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스크린 상한제를 비롯한 법적 규제가 없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또 다른 영화계 관계자는 "지난해 천만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 4'가 대표적인 사례"라며 "한 영화에 상영관을 몰아주니까 독립예술영화 등을 보기 위해서는 다른 지역으로 원정 관람을 가야 한다. 이 같은 악순환으로 인해 극장을 찾는 발걸음이 더욱 감소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은 콘텐츠의 양과 질이다. 작품성이 높은 다양한 종류의 영화를 극장에서 많이 상영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의 선택권도 늘어난다. 그렇게 되면 극장의 중요성이나 극장에서의 체험을 자연스럽게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지혜 문화평론가는 "영화산업을 살리기 위해 공연에 버금가는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를 개발해 관객이 즉시 보상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관람 서비스 질을 높여 영화를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