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 어머니’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다음 꿈은 맵 확장·헬스케어 컴퍼니”[CEO 탐구생활]

입력 2025-01-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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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01-12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2012년 4월 첫 출시 이후 12년 동안 67억 개가 팔린 라면이 있다. 지난해 9개월여 간 판매된 규모만 10억여 개로, 이 중 9억 개 상당이 해외에서 소비됐다. '라면 사랑'으로 유명한 한국인들에게도 다소 낯설던 볶음면에 대한 이미지를 강렬하게 심어준 이 제품은 현재 전 세계 식품시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먹거리로 자리를 잡았다. 이제는 K-라면의 대명사가 된 '불닭볶음면(불닭)' 이야기다. 불닭의 개발과 역대급 흥행 신화는 바로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이사 부회장의 숨은 노력에서 비롯됐다.

(이투데이 그래픽팀/손미경 기자)
(이투데이 그래픽팀/손미경 기자)

◇전 세계인 입맛 잡은 김정수…불닭 오리지널 등 26개 라인업 구축

불닭이 김 부회장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는 것은 이제 너무나 잘 알려진 이야기다. 그는 "2011년 딸과 함께 명동을 갔는데 젊은이들이 땀을 흘리면서도 매운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강렬한 매운맛'을 라면에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개발 비화를 밝혔다. 매운맛에 방점을 찍은 삼양식품 연구원들과 김 부회장은 1년간 매운 소스 2톤(t), 닭 1200마리를 투입해 '맛있는 매운맛' 찾기에 매진했고, 그 결과 불닭이 탄생했다.

불닭 출시 초창기엔 일부 매운맛 마니아들의 호응은 있었으나 지금처럼 전세계를 호령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먹방(먹는방송)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불닭은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갔다. 특히 상품 출시 4년 만인 2016년부터 SNS를 통해 매운라면에 도전하는 ‘매운라면 챌린지(Fire Noodle Challenge)’가 K푸드 열풍을 주도했다. 그 선봉에 불닭이 있었다. 국내외를 넘어 불닭의 폭발적 시장 반응이 확인되자, 삼양식품은 라인업 확대에 나섰다. 새로운 맛에 열광하는 MZ세대 수요를 반영, 불닭 종류는 현재 무려 26종이나 된다.

▲2016년 삼양식품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라면의 정수' 불닭볶음면 치즈편에 출연했던 김정수 부회장(당시 부사장) (사진제공=삼양식품)
▲2016년 삼양식품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라면의 정수' 불닭볶음면 치즈편에 출연했던 김정수 부회장(당시 부사장) (사진제공=삼양식품)

내성적으로 알려진 김정수 부회장(당시 부사장)은 불닭 홍보를 위해 2016년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기도 했다. 불닭 캐릭터인 '호치'와 함께 치즈를 활용한 불닭 만들기에 나선 김 부회장은 "저는 라면을 끓일 때 뚜껑을 닫지 않는다"며 "특히 볶음면의 경우 면을 삶고 볶는 과정을 거쳐야 해, 면발이 익기 전 건져야 한다"고 자신만의 라면 조리법을 공개하기도 했다. 면수에 대해서도 "팜유에 튀긴 면을 삶은 물이라고 버리는 분들이 많은데 훌륭한 육수가 되니 볶을 때 활용하라"고 팁을 전했다. 삼양식품은 이 영상 공개 한 달 만에 치즈불닭을 정식 출시했다.

현재 삼양식품의 불닭 제품은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판매 중이다. 그간 누적 매출만 4조 원, 작년엔 연 매출 규모 1조 원을 돌파했다. 해외 시장에서 불닭 수요가 이어지면서 중국 등에선 호치 캐릭터와 라면 콘셉트, 패키지를 베낀 '짝퉁' 제품까지 등장했다. 불닭을 앞세운 삼양식품의 해외 시장 성장세도 매년 승승장구 중이다. 2016년 930억 원 수준이던 삼양식품 해외 매출은 2023년 8000억 원을 상회하며 7년 만에 9배 급성장했다. 연 누적 해외 매출(2024년 3분기 기준)은 1조 원을 넘보고 있고, 전체 매출에서 삼양식품 수출 비중은 77%로 내수(23%)를 압도한다.

◇덴마크 리콜마저 '위기를 기회로'…기업가치 급등 속 식품업계 대장주로

국내 식품업계에서 저출산에 따른 내수 부진에 대한 고민이 깊은 가운데, 일찌감치 해외 시장에 역량을 집중한 김 부회장의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는 중동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이슬람권 시장 확대를 위해 할랄 인증(무슬림 소비자를 위해 이슬람 율법에 따라 생산·조리된 제품이라는 사실을 보증하는 인증)을 획득했고, 연평균 100~120일가량 해외출장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또 급증하는 해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수출공장 건립은 물론, 일본 도쿄(2019년), 중국 상하이(2021년), 미국 LA, 인도네시아 자카르타(2023년), 네덜란드(2024년)에 판매법인을 설립했다. 특히 최근에는 해외 첫 생산공장으로 중국을 낙점, 준공 작업에 착수했다.

특히 김 부회장은 위기를 기회로 삼는 능력도 탁월하다. 지난해 덴마크에서 일부 불닭 제품에 대한 리콜 사태가 벌어진 것이 대표적인 예다. 덴마크 수의식품청(DVFA)이 작년 6월 캡사이신 함량이 높다는 이유로 현지에서 판매한 핵불닭볶음면과 불닭볶음탕면 등 3종에 대해 리콜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덴마크에 정부 대표단을 파견, 제품 조리과정 영상과 조리 후 캡사이신 함량 등 과학적 자료를 제공하면서 제품 2종에 대한 리콜 조치가 한 달여 만에 해제됐다.

해외 유수 언론이 이 사안을 앞다퉈 보도하면서 삼양식품의 불닭은 또다시 K-라면의 세계화를 주도하는 대표 상품으로 부각됐다. 삼양식품 지주사로 김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는 삼양라운드스퀘어는 덴마크 정부의 리콜 철회 결정을 기념해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불닭 스파이시 페리 파티'를 개최해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다. 이미 글로벌 메가 히트를 기록한 불닭을 기반으로 삼양식품의 기업 가치는 매년 성장하고 있다. 삼양식품 주가는 지난해에만 215% 상승률을 기록했다.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이사 부회장 겸 삼양라운드스퀘어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제공=삼양식품)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이사 부회장 겸 삼양라운드스퀘어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제공=삼양식품)

◇김정수의 다음 꿈은 “제2의 불닭ㆍ헬스케어 컴퍼니”…시장 판도 또 뒤집을까

김 부회장은 불닭의 뒤를 이을 넥스트 스텝(Next Step)을 준비 중이다. 우선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제2의 불닭’ 신화를 이룰 새로운 라면 브랜드 ‘맵(MEP)’을 꺼내들었다. 김 부회장이 내놓은 또 하나의 카드는 바로 건강기능식(건기식)이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맵(MEP)의 글로벌 시장 내 성공적인 안착과 '탱글'과 '잭앤펄스'를 통해 식물성 단백질을 비롯한 건기식 시장을 공략하는 등 그룹의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글로벌 브랜드 사업 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현재 가장 잘하는 것을 더 잘하도록 집중해 어떤 경쟁자도 따라올 수 없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올해는 생산량 증대와 해외 공장 진출·생산 현지화를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와 제품생산 역량을 지금보다 강력히 내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특히 “헬스케어와 식품 간 경계와 고정관념을 허물고 통합적 사업 시너지를 창출하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도약해 나갈 계획”이라고도 했다. 그는 “’헬스케어 컴퍼니’라는 새로운 가치를 개척해 나가는 여정은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라면서도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더욱 강하고 유연한 조직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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