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용평가는 올해 국내 기업 신용등급 전망에 대해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취약 부문의 신용도 하방 압력이 지속할 것"으로 진단했다. 19개 산업 중 '우호적' 산업 전망이면서 '긍정적' 신용도 전망인 곳은 방위산업 한 곳에 그쳤다.
한신평은 7일 개최한 '2025 산업별 전망 분석' 웹캐스트에서 "정치적 혼란에 따른 민간소비 개선이 지연되고,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에 따른 반도체 주력 수출 부진 등으로 성장 둔화가 전망된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장단기 신용등급 및 신용전망 상하향배율은 0.57배를 기록했다. 상하향배율이 1 미만은 등급 하향 압력이 커졌다는 의미다. 2022년 1.17배, 2023년 0.69배였던 상하향배율은 석유화학, 건설, 유통, 제2금융권의 대규모 등급 하향 변동이 나타나면서 1을 크게 밑돌고 있다.
기업, 금융 부문 모두 하향 기조를 나타냈지만, 기업(0.66배)과 비교하면 금융 부문(0.40배)의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더 컸다. 제2금융권 기업들의 부동산 금융 유동성 관리 부담, 개인 여신 건전성 부담 확대 등이 부담요인으로 작용했다.
구체적으로 비은행 기관 중 SK증권(A→A-), 오케이캐피탈(BBB+→BBB), KB부동산신탁(A2+→A2), 다올투자증권(A2→A2-), 한국토지신탁(A→A-) 등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여천NCC(A-), 신세계건설(A-), SKPIC글로벌(A-), 효성화학(A-→BBB+) 등 석유화학 업종도 대거 강등됐다.
올해 국내 경제의 최대 위험 요인은 정치적 불안에 따른 내수부진을 지목했다. 정승재 한국신용평가 평가정책본부 연구위원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의 장기화는 경제 성장에 부정적"이라며 "혼란이 장기화할 경우 기업 투자심리가 억제하고,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할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 2기 출범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통화정책 디커플링(탈동조화)가 새 변수가 됐다고 평가했다. 한신평은 "올해 미국 금리인하는 경기지표의 호조로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며 "경기 전망의 차이로 인해 한국은행의 금리 정책과 미국 시장금리 차별화는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우위의 불균형 속 한국의 대외 신인도는 추락 중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11곳은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 평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1.8%에서 지난달 1.7%로 0.1%p 낮췄다. JP모건은 1.7%에서 1.3%로 한 달 사이 0.5%p 가까이 전망치를 조정했다.
내년 산업 전망이 부정적인 산업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철강, 석유화학, 유통, 건설 등 6개를 꼽았다. 이중 이차전지, 석유화학, 유통, 건설은 신용 전망도 동시에 '부정적'으로 평가됐다. 내년 산업 전망과 신용 전망이 '긍정적'인 산업은 방위산업 1개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