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해결할 것인가’ [저출산 극복, 마지막 기회]

입력 2025-01-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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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이후 저출산, 혼인 감소로 초래…총 저출산 예산 중 혼인 투자는 4~6% 불과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차수별 분야별 연평균 저출산 예산 집행액. 단위: 백만 원. (원자료=연차별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성과평가 연구 보고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차수별 분야별 연평균 저출산 예산 집행액. 단위: 백만 원. (원자료=연차별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성과평가 연구 보고서)

과거 저출산 대응정책은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보다 ‘어떤 정책을 추진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본지가 2006년 이후 인구지표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연구용역으로 수행된 연차별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성과평가 연구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10년대 이후 저출산을 주로 혼인 지연·감소에 기인하고 있으나 저출산 대응정책 중 혼인 지연·감소에 대응한 예산은 5.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혼인을 직접 지원하는 예산은 2016년 이후 사라졌다.

한국의 저출산 대응정책 실패는 잘못된 문제 인식에서 비롯됐다.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수립이 추진된 2005년에는 합계출산율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이 유배우 출산 감소였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고령산모 기준(35세 이상)에 따라 35세 미만 혼인을 ‘적령기 혼인’으로 봤을 때, 적령기 혼인 여성의 평균 출산 자녀는 2000년에서 2005년 사이 급감했다. 혼인 연령 상승, 전반적 혼인 감소도 발생했으나, 유배우 출산 감소보다는 심각성이 떨어졌다. 이에 제1차 기본계획은 유배우 출산 감소에 대응해 양육·보육 지원을 늘리는 데 집중됐다. 그 효과로 2010년에는 합계출산율이 소폭 개선됐다.

저출산 대응정책이 본격적으로 망가지기 시작한 건 제2차 기본계획이 수립된 2010년부터다. 이 시기부터 혼인 지연·감소가 본격화하기 시작했으나, 예산은 양육·보육 지원 분야에 편중됐다. 제2차 기본계획 이행기 집행된 저출산 대응정책 예산 중 혼인 지원, 일·가정 양립 지원, 임신·출산 지원 분야에 집행된 예산 비중은 6.0%에 불과했다. 양육·보육 지원이 80.0%로 비대했으며, 저출산 문제와 직접적 관련성이 떨어지는 기타 예산도 11.7%를 차지했다.

이런 흐름은 제3차 기본계획 이후에도 계속됐다. 혼인 지연·감소에 대응한 혼인 지원 등 3개 분야 예산 비중이 제3차 기본계획 이행기(2016~2018년) 4.1%, 제3차 기본계획 수정본 이행기(2019~2020년) 4.4%, 제4차 기본계획 이행기(2021~2022년) 5.9%에 머물렀다.

반면, 주거 지원 분야와 기타 예산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 중 주거 지원은 명목상 혼인 지원 분야에 포함되나, 내용상 혼인 지원 정책으로 보기 어렵다. 정책대상에 저소득층, 미혼청년 등이 포함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집행된 예산을 산출하기 어려운 데다, 집행액이 고정자산 또는 원금상환 등 형태로 보전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재정지출과 다르다. 시기별 저출산 대응정책 중 주거 지원, 기타 분야 예산 비중은 제3차 기본계획 이행기 43.7%, 제3차 기본계획 수정본 이행기 51.6%, 제4차 기본계획 이행기 51.3%에 달했다.

전반적으로는 제2차 기본계획 이후 실제 발생한 문제와 정책 간 정합성이 낮아졌는데, 이런 흐름에서는 새로운 정책을 추진한다고 해도 큰 성과를 보기 어렵다.

최근 출생아 수와 혼인 건수가 회복 흐름을 보이나, 이를 정책 효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출생아 수는 전년 동월보다 13.4% 증가했다. 혼인 건수도 22.3% 늘었다. 여기에는 30~34세 여성인구 증가(2.1%), 2020~2024년 출생·혼인 급감에 따른 기저효과, 주택가격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돼 있다. 2023년 이후 저출산 대응정책이 문제와 정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되긴 했지만, 저출산 대응정책은 미혼남녀의 매칭에서 혼인, 임신계획, 출산까지 일정한 기간이 소요돼 2023년 이후 추진된 정책 효과를 현시점에서 평가하기 어렵다. 특히 생애미혼율 관점에서 혼인 지연·감소는 여전히 심각한 문제다.

저출산 반등을 위해선 합계출산율 변동의 원인구조와 저출산 대응정책 간 정합성을 높이는 게 필수적이다. 최근 합계출산율 저하가 혼인·지연 감소로 초래됐단 점에서 혼인 지연·감소의 주된 원인인 수도권 인구집중을 완화하는 게 필요하다.

저고위도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수도권 인구집중 완화대책을 준비 중이다.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좋은 일자리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이런 일자리에 취업하려면 좋은 학교를 나와야 하고, 또 좋은 학교를 나오려니 사교육을 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오르니 집값도 올랐다. 결과적으로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청년들이 굉장히 압력을 많이 느낀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지대위원회와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인구구조 차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들은 같이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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