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공이 온다 [데스크 시각]

입력 2025-01-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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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정일환 부장
▲정치경제부 정일환 부장

우파라면 설레고 벅차오르실 수 있겠다. 이대로만 가면 조기 대선을 치러도 정권 재창출은 거뜬하겠다며 든든할 수 있겠다. 지난해 총선에서 ‘과반’을 꿈꿨듯 말이다.

9일 발표된 여론조사업체 공정의 조사(데일리안 의뢰, 6~7일 1003명 대상, 100% 무선 ARS방식, 응답률 4.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답변은 42.4%였다. 직전조사보다 12%p 가량 뛰어 올랐다. 정당 지지도는 더욱 심장이 뛰게 한다. 국민의힘이 41%로 더불어민주당(38.9%)을 앞질렀다. 공정 조사 기준으로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선 것은 지난해 11월 첫째 주 이후 처음이다.

난치성 정치병 증후군에 감염돼 흐린 눈 증상을 앓고 있다면 잘 안보이겠지만, 정상인에게는 낯설지 않은 장면이다. 지난해 4.10 총선 대참사를 딱 일주일 앞두고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이 직접 조사하고 발표한 내용을 보자. “전국 254개 지역구 중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3∼4%포인트(p)인 ‘박빙지역’이 55개다”. 최악의 참패를 코앞에 둔 집권당 싱크탱크의 집단 지성이 이랬으니 백골단을 국회로 불러 역린을 건드는 국민의힘의 정세 판단력은 새삼 놀라울 것도 없다.

옛날 사람들이 지금의 여당과 윤 대통령을 위해 준비해둔 사자성어가 있다. 회광반조(回光返照)는 해가 지기 직전에 잠깐 하늘이 밝아진다는 뜻인데, 사람에게 쓰일 때는 죽기 바로 전 잠깐 의식이 돌아오는 현상을, 세력에게는 멸망을 앞두고 잠시 기세가 오르는 모습을 일컫는다.

스스로 소멸하겠다고 결심한듯한 극우정당 덕분에 ‘소년공’ 출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다음 대통령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물론 극우세력들은 시간문제가 아니라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헛된 희망을 품을 텐데, 이 대표는 2심에서 법정 최고형이 나온들 물러설 사람이 아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화하려는 모습과 똑 닮은 주장을 내놓으며 버틸테고,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대선 이전에 나올지는 알 수 없다.

이재명 대표의 숙적은 시간이 아니라 이 대표 자신이다. 이 대표의 월등한 지지율과 범여권 주자들의 도토리 키재기만 눈에 들어오겠지만, 그래프 뒤에 숨겨진 심리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이 대표는 2022년 대선 이후 한 번도 다음 대통령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다만,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아무리 분탕을 쳐도 그의 지지율은 30~40%에 머문다. 이 대표를 꺼리는 사람이 줄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콘크리트 지지층은 오히려 콘크리트 감옥일지 모른다.

그럼 선뜻 이재명 대표를 선택하겠다는 사람이 제자리 걸음이니 다음 대통령 선거는 예측이 어려운 승부가 될까. 별로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공정의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에서 절대 찍고 싶지 않은 사람‘을 물었더니 이재명 대표가 42.1%로 홍준표 대구시장(16.8%)을 두 배 넘게 앞섰다. 그런데, 비호감 2~5위를 차지한 여권 주자들의 숫자를 모두 더해보면 신기한 숫자가 나온다. 홍준표 시장에다 비호감 3위 오세훈 서울시장(9.9%), 4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9.2%) 5위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6.5%)을 합산하면 42.4%가 된다. 여당 소속 비호감 넷이 합체한 밉상 완성체가 되면 이재명 대표 한 사람이 받는 불호를 뛰어넘는다는 의미다.

하나 더, 야권과 달리 범여권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는 여론조사 업체마다 이름이 다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와 비슷한 지지율로 굳건히 1위를 지키는 존재가 있다. 범여권 선두는 오래전부터 ‘없다’가 차지하고 있다.

소년공이 온다. 그에게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라는 믿음직한 동아줄이 있다. 이재명이 아무리 싫어도 투표 용지에 성이 ‘없’이고 이름은 ‘다’인 후보는 나오지 않는다. 기왕 투표장까지 왔으니 이재명이 아닌 다른 후보를 찍을 거란 기대도 동의하기 어렵다. 찍을 후보가 없는 유권자에게 투표일은 그냥 공휴일, 노는 날이다. 소년공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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