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태어났지만...'보통의 한국인'을 희망한다 [저출산 극복, 마지막 기회]

입력 2025-01-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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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아동, 한국서 태어나도 한국 적응에 어려움…"아동에 대한 보편적 지원 늘려야"

(자료=통계청)
(자료=통계청)

2023년 국내 출생아 중 다문화 출생아 비중은 5.3%다. 출생아 20명 중 1명은 부모 중 한쪽 이상이 외국인 또는 귀화자란 의미다. 총인구 중 외국인 비율이 높은 일부 읍·면·동에서는 보육시설과 학교에서 다문화 아동이 주류가 됐다. 다만, 다문화 아동의 양육환경은 대체로 열악하다. 부모의 소득수준이 낮은 경우가 많고, ‘내국인 역차별’ 반발에 재정지원도 소극적이다.

세명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 산하 저널리즘연구소가 지난해 한국폴리텍대학에 외부연구과제로 제출한 ‘다솜고 졸업생의 진로추적 및 정주형태 연구’ 보고서를 보면, 이주배경 청소년 교육기관인 한국포리텍 다솜고 졸업생들은 대체로 입학 전 경제적·정서적 어려움을 겪었다. 인터뷰 대상자(125명) 중 입학 전 가족 경제 수준이 ‘중상’ 이상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6명(12.8%)에 불과했다. 입학 전 친모·친부와 함께 살았다고 답한 응답자도 44명(35.2%)에 머물렀다.

다른 논문이나 보고서에 나타난 다문화 아동·청소년의 가족·경제 상황도 대체로 유사하다. 다문화 청소년은 상대적으로 학교 적응수준이 낮다. 미숙한 한국어, 낮은 학업 성취도 등이 원인이다. 이로 인한 비(非)다문화 청소년과 학교 적응수준 격차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커진다. 그나마 다솜고 졸업생들은 한국 사회 적응·성장을 목표로 둔 교육과정 덕에 입학 후 격차가 해소되지만, 대다수 다문화 청소년은 열악한 환경이 유지된다.

특히 한국 사회에 상대적으로 잘 적응한 다솜고 졸업생들도 ‘평범함’에 대한 갈망이 크다. 세명대 보고서에서 다수 심층인터뷰 대상은 ‘한국에서 평범하게 살고 싶어서’ 돈을 벌어야 한다고 답했다. 상당한 수준의 소득을 가져야 ‘보통의 한국인’처럼 살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다문화 아동이 한국 사회에 온전히 적응하지 못한 채 성장하면 이는 장기적으로 사회적 갈등과 비용 증가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다문화 아동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특혜 내지는 역차별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은 모든 아동에 대한 보편적 투자다. 이완정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아동에 대한 보편적 복지는 무상보육과 부모급여, 아동수당 정도다. 양적으로 수준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보편적 지원을 늘리되, 취약계층 아동을 추가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다문화 가족은 취약계층이 많으니, 자연스럽게 다문화 아동에 대한 지원도 늘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 개편도 필요하다. 독일은 전국적으로 400여 개 가족센터를 운영하는데 이곳에서는 이주배경,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모든 아동 양육 가정이 언어교육·가족상담과 놀이 프로그램, 의류 대여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한국에서 육아종합지원센터, 다문화센터(지방자치단체), 문화센터(민간시설), 다함께돌봄센터(지방자치단체) 등 분절적으로 운영되는 아동 관련 시설들을 모두 합쳐놓은 형태다. 가족센터는 모든 아동이 온전한 독일 시민으로 자라도록 돕는다.

이 교수는 “우리는 아동 인프라 전달체계가 분절적이다. 어떤 영역을 중복되고, 어떤 영역은 사각지대처럼 비어 있다”며 “이런 체계로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관점에서 독일의 가족센터는 좋은 모델”이라며 “모든 서비스를 연계해 가족과 아동을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게 우리가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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