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적 다양성 강화해 영역 넓히고
변화·혁신 거듭해 문화역량 키워야
2024년은 K팝 산업에 또 하나의 분수령이 된 해였다. 세계 음악 시장에서 K팝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존재감을 보였고, 팬덤의 힘과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혁신으로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화려한 성장 이면에는 여러 과제도 함께 드러났다.
K팝은 세계 음악 시장에서 연간 약 13조 원(92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며 글로벌 음악 산업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BTS, 블랙핑크, 세븐틴, 스트레이 키즈 등 톱 그룹의 성과와 다양한 신인 그룹의 성공적인 데뷔가 맞물린 결과다. 특히 블랙핑크의 월드투어는 180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K팝 걸그룹 투어의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세븐틴은 연속으로 밀리언 셀러 앨범을 발표하며 음악성과 대중성을 입증했다.
K팝의 성공은 디지털 플랫폼의 활용에서도 돋보였다. 유튜브, 틱톡, 스포티파이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서 K팝 아티스트들의 영향력은 팬덤의 꾸준한 지지와 바이럴 콘텐츠 전략으로 이어졌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팬 맞춤형 콘텐츠는 새로운 팬 경험을 창출하며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했다.
K팝의 성장 과정은 체계적인 트레이닝 시스템과 팬덤 중심의 독특한 마케팅 전략 덕분이다. 연습생 시스템은 그룹 멤버의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언어 능력과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역량까지 끌어올렸다. 또한 K팝 매니지먼트는 사회관계망을 통해 멤버와 팬 사이의 실시간 소통을 활성화하며 팬덤 문화를 강화했다. 이런 접근은 단순한 소비를 넘어, 팬덤이 직접 참여하는 문화로 K팝을 이끌었다.
K팝의 화려한 외면 뒤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첫째, K팝 산업의 기획과 경영의 투명성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 지난해 하이브와 어도어의 갈등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뉴진스의 폭발적 성공 이후, 그룹의 방향성과 제작 과정에서 발생한 이견은 K팝 기획사의 내부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이런 갈등은 K팝 산업이 투명성과 윤리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당위적 과제를 확인해 주었다.
둘째, 그룹 멤버의 과도한 스케줄과 정신적 스트레스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최근 일부 멤버가 건강 문제로 활동을 중단하거나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팬들의 우려를 샀다. 구성원의 신체는 그 자체로 K팝 산업의 핵심 자원이므로, 각 그룹의 멤버가 건강한 몸과 마음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대응이 필요하다.
셋째, 음악적 다양성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상업적 성공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향은 일부 K팝이 반복적이고 일관된 포뮬러를 따르게 만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글로벌 팬덤의 요구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새로운 장르와 실험적인 시도가 더욱 많이 이루어져야 한다. 글로벌 팬덤을 동일한 단위로 간주하지 말고, 지역에 따른 취향을 세밀하게 분석할 필요도 있다.
넷째, 산업의 건강한 지속 가능성이다. 탄소중립과 환경친화적인 투어 및 음반 제작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기획사가 친환경 캠페인을 시작했지만, 아직 산업 전체로 확대되지는 못하고 있다. 새해에는 이런 움직임이 보다 제도화되고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K팝은 단순한 음악 장르를 넘어 전 세계적인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문화적 영향력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K팝이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물론 팬덤의 글로벌화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특히 중동, 남미, 아프리카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이 주목된다. 또한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가 K팝 산업을 더욱 혁신할 것이다. K팝은 지금까지 축적된 성과와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탄탄한 구조와 다양성을 갖춘 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