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1990년대 직장인들 책상에 재떨이가 놓여있었다. 그때만 해도 실내흡연이 공공연했다. 2000년대 들어서 본격적으로 실내흡연을 제한하기 시작했고, 2015년에 법으로 모든 영업점에 전면 금연을 시행했으니 일련의 움직임들은 따져보면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니다.
한때는 보건소에서 직장을 돌며 금연 캠페인을 했는데 주기적으로 방문해 흡연자의 니코틴 농도를 측정한 후 직전 조사 때보다 수치가 낮으면 선물을 줘 금연 의지를 높였다. 이때 옆에 있던 동료는 금연하지 않고 니코틴 농도를 낮추는 호흡법을 알고 있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보건소의 선물을 받을 수 있는 팁을 알려주기도 했다.
어쨌거나 점차 담뱃값은 오르고 흡연자들은 골목으로 옥상으로 쫓겨나면서 “내가 갖다 바치는 세금이 얼만데 ‘애국자’를 이렇게 대우하냐”며 우스갯소리를 하는 이도 있었다. 올해부터는 공중이용시설에서 실내 흡연실을 전면 폐쇄한다고 하니 우리나라도 흡연규제 정책을 강력하게 펼치는 나라 중 하나라는 느낌이다.
유럽의 흡연 규제는 한국처럼 강하지 않다. 물론 나라마다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포르투갈인들은 카페 야외 테이블에서 커피 마시고 담배 피며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는 것이 일상이다. 놀라운 건 옆에 아기를 태운 유모차가 있어도 흡연을 멈추지 않는다. 또 아이를 한 팔에 안고 반대쪽 손으로 담배를 피는 엄마의 모습을 봤을 땐 우리나라에선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 충격이었다.
물론 이곳에서도 학교, 병원, 경기장 등 공공시설에서의 흡연이 금지됐는데 겨우 2023년 10월부터 시행된 조치다. 하지만 담배로 인해 국민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으면서 정부당국의 흡연 규제 조치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매년 흡연으로 약 70만 명이 사망하고 그중 수만 명은 간접흡연의 피해자라며 ‘유럽 암 퇴치 계획’에 따라 2040년까지 흡연율을 5%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 ‘담배 없는 세대’를 달성하기 위해 로드맵을 이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웨덴은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로 ‘금연 국가’가 됐다고 선언했다. 스웨덴 공중 보건국은 공식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국에서 태어난 성인 중 흡연자 비율이 4.5%라고 발표했다. 유럽의 평균 흡연율이 24%인 걸 감안하면 스웨덴의 ‘금연 국가’ 선언은 놀라운 성과다.
‘담배 피우지 말라, 술 마시지 말라, 마약하지 말라.’ 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린이들을 만나면 강조하는 말이다. 정치적 지지 여부를 떠나 어린이에 대한 당부는 100% 공감한다.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